1등 업체 투자는 ‘순항’…발란 250억·에이블리 500억 유치
금리 인상과 유동성 위기에 돈줄이 말랐지만, 1등 패션플랫폼은 너도나도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불경기에도 소위 잘 나가는 패션플랫폼만 투자를 유치해 성장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명품 패션플랫폼 발란은 3일 25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발란의 누적 투자금액은 총 735억 원으로 늘었다. 투자 유치 마무리로 발란은 그동안 미뤄졌던 카테고리 확장 등 신사업에 속도를 내며 성장과 안정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발란은 시리즈C에 이은 새로운 투자 라운드도 계획 중이며, 글로벌 커머스 및 해외 IB(투자은행)들과 다방면으로 소통하고 있다. 발란 관계자는 “투자 시장 혹한기에 약속된 투자가 모두 완료된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며 “국내외 시장 상황에 선제적,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명품 시장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선두 사업자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패션플랫폼 에이블리 운영사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지난 2월 벤처 대출(Venture Debt) 형식으로 5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엔 사모펀드(PEF) 파인트리자산운용이 참여했다. 에이블리는 누적 투자 금액 2230억 원을 달성했다. 벤처 대출은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대출받는 대신 후속 투자를 유치할 때 대출 당시 정해놓은 기업가치로 신주인수권(워런트)을 확보해 일정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는 점과 지난해 말 영입한 이상민 에이블리 투자전략실장의 활약이 컸다고 했다. 이 실장은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출신으로 삼일회계법인 PwC 글로벌 및 딜 본부에 해외 진출 전략, 자본시장 및 M&A 관련 자문을 담당한 바 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연간 거래액이 조 단위까지 가파르게 성장했고, 월간 손익분기점(BEP)에 근접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투자 빙하기에도 패션플랫폼의 투자 유치는 패션 온라인 전문몰 시장이 덩치를 불리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쇼핑 전문몰 거래액은 지난해 77조 원으로, 5년 전인 2017년(31조 원)이 비해 2.5배 성장했다. 의류 전문몰의 전체 거래액은 2017년 5조 원에서 지난해 10조 원으로 늘었다.
또 최근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들은 모두 각 분야 선두업체라는 공통점이 있다. 머스트잇과 트렌비 등과 경쟁하는 명품 커머스 시장에서 발란은 작년 거래액 6800억 원을 달성, 2위와 2배 이상 격차를 벌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발란의 연내 흑자 전환도 무난할 것으로 본다.
지그재그, 브랜디 등과 각축을 펼치는 에이블리는 여성 패션플랫폼 중 최단시간 사용자 수 1위와 연간 1조 원 거래액을 달성한 선두 주자로 꼽힌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2월 에이블리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는 669만 명으로 무신사(449만 명), 지그재그(402만 명), 올리브영(383만 명)을 넘어선다. 에이블리는 올 상반기 손익분기점을 넘고, 흑자 달성도 기대된다.
이에 따라 패션플랫폼간 치열한 경쟁에서 소수 업체만 살아남는 적자생존에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투자 혹한기에도 카테고리 별로 1위 업체는 투자를 계속해 유치하고 있다”며 “이커머스 대표 업체로 도약한 쿠팡처럼, 패션플랫폼 업계에서도 가치를 인정받는 곳이 투자 유치와 성장하는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