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게임산업에 50조 원을 쏟아붓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하면서 전 세계 게임산업이 성장 동력을 얻을 전망이다. 글로벌 e스포츠 산업 규모도 함께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국내 e스포츠 산업의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외신 등을 종합하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는 게임 개발, 퍼블리싱 사업 등에 380억 달러(약 50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게임 업체 지분 투자를 비롯해 e스포츠 경기장 신설과 e스포츠 인프라 확보 등 게임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침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를 글로벌 게임과 e스포츠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장기적 목표를 갖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내 게임사에도 조 단위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PIF는 지난해 2월 약 1조 원을 투입해 지분 9.3%를 확보, 엔씨소프트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또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약 2조4000억 원을 들여 넥슨 지분 9.14%를 매입한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역대 최고 상금 규모의 게임 대회를 예고하기도 했다. 올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 e스포츠연맹이 개최하는 'Gamers8'의 총상금 규모는 지난해 대회의 3배 수준인 4500만 달러(약 590억 원)에 달한다.
이러한 과감한 투자는 사우디의 게임산업 발전뿐만 아니라 글로벌 산업 규모 확장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에 연계된 e스포츠 산업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11억3700만 달러(약 1조4900억 원)로 추산된다. 2025년에는 22억8500만 달러(약 3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20%씩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최를 앞둔 중국도 다각적인 방법으로 게임 산업을 키울 예정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처음으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중국 정부 차원의 게임산업 육성이 활발하게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7개 종목 대부분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하는 등 성과를 내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과거 e스포츠 강국으로 꼽히던 한국의 성장 동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국내 이스포츠 산업 규모는 2017년 973억 원, 2018년 1138억 원, 219년 1398억 원 규모로 꾸준히 증가했지만, 2020년 1204억 원, 2021년 1048억 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e스포츠 산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16.5%에서 2020년 14.6%, 2021년에는 9.9%로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대회가 치러지지 못한 영향이지만, 근본적인 산업 육성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e스포츠 산업은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넥슨의 '카트라이더' 등 일부 인기 게임 대회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각 대회의 총상금 규모는 10억 원을 넘지 않는다.
정부는 올해 8442억 원의 예산을 들여 K-콘텐츠 관련 지원을 추진하겠다면서 e스포츠경기장 건립(10억 원), e스포츠 전문인력 양성(10억 원), 장애인 e스포츠대회 개최(5억 원)를 게임 분야 주요 신규 사업으로 삼았다. 그러나 게임단 지원이나 세제 혜택 등 실질적인 활성화 방안이 없어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다. 협회와 업계를 중심으로 정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데믹으로 오프라인 대회가 재개되고 상금 규모도 커지는 데다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 열리면서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근본적인 산업 활성화 방안이 없으면 일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글로벌 성장세를 따라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