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총통은 중앙아메리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 소재 레이건도서관에서 매카시 하원의장과 만난다. 현직 대만 총통이 미국 영토에서 권력 서열 2위인 하원의장을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역사적 회동이라고 AP통신이 평가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공식 수교하면서 대만과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만, 현상을 변경해 대만을 통일하려는 시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번 고위급 만남은 비공식적 관계만 유지하고 있는 양측에 또 하나의 상징적 순간이 될 전망이다. 대만 및 양안관계 전문가 웬티성 호주국립대 연구원은 “분명히 중대한 사건”이라며 “차이잉원으로서는 미국과의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 총통이라는 인식과 함께 국제사회에 대만을 각인시키는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례적 만남인 만큼 이번 회동에는 하원의장을 포함한 공화·민주 하원의원 18명이 동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의회가 초당적으로 대만을 지지하고 중국을 견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CNN은 이번 회동에서 중국 위협에 맞서 대만을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강력 대응을 경고했다. 매카시 하원의장이 차이잉원 총통을 만날 경우 보복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미중 관계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다만 만남이 미국 땅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중국이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대만을 포위한 채 군사훈련을 벌이며 위협을 고조시켰다. 경제 보복조치에도 나섰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 애틀랜틱카운슬은 중국을 자극할 필요도 없지만 위협에 굴복해서도 안 된다고 조언했다. 중국이 대만과 국제사회 관계를 설정하도록 놔둬서는 안 되며, 엄포가 먹혀드는 모양새는 신뢰감을 흔들고 대만을 고립시킬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초청으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중국을 국빈방문했다. 중국이 러시아와 밀착을 강화하고, 미국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민감한 방문이다. 코로나와 전쟁 시기를 거치며 국제사회에서 소외된 중국으로서는 이번 기회에 미국을 따돌리고 유럽과 관계 회복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이유로 마크롱과의 일정에도 공을 들였다.
시 주석은 6일 회담을 마치고 마크롱 대통령과 광저우를 방문할 예정이다. 시 주석이 수도 이외 장소에서 해외 지도자를 만나는 건 이례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가까운 친구’와만 했던 일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강조했다.
조르그 우트케 주중 EU상공회의소 회장은 “중국이 볼 때 마크롱은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기술 포위망에 유럽이 동참하는 걸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