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전역명령 받은 육군 소령, 계급 연령정년 연장 소제기
국방부가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비롯해 23종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일을 두고 학문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가 파면된 육군 법무관에 대해 위법한 파면‧정직 등 징계 처분으로 복무하지 못한 기간만큼 계급 연령정년이 연장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육군 소령(군법무관)으로 재직하다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정년 전역 및 퇴역 명령을 받은 원고가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현역 지위 확인을 구한 사건에서, 현역 지위 상실 기간만큼 계급 연령정년이 연장된다고 볼 수 없다고 본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한다고 6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육군 법무관 A 씨는 2009년 3월 내부 지휘계통이나 참모계통으로 보고하지 않고 헌법소원을 냈다는 이유로 파면 처분을 받았다. 국방부는 법무관이 병사들의 기본권을 의식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면 국방부 장관이나 육군참모총장 등 지휘계통에 먼저 건의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지휘명령 불복종에 해당한다는 중징계 사유를 들었다.
이에 A 씨는 파면 처분을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2018년 7월 파기환송 심까지 가는 법정 투쟁 끝에 원고 패소 판결이 원고 승소로 뒤집어졌지만, 그 사이 소송에 9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국방부는 2015년 7월 1970년 7월생인 A 씨가 소령의 연령정년(만 45세)에 도달했다는 이유로 정년 전역 및 퇴역 명령을 내렸다.
1심 법원은 “원고가 현역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에선 A 씨의 청구가 기각되면서 패소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고가 정년 전역 및 퇴역 명령을 받기 전 원고에 대해 행해진 파면 처분 등의 신분상 불이익 처분이 오로지 임명권자의 일방적이고 중대한 귀책사유에 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이익 처분으로 인해 소령에서 중령으로 진급함에 필요한 직무수행의 기회를 상당한 기간에 걸쳐 실질적으로 침해‧제한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며, 이를 용인할 경우 군인사법상 계급별 연령정년의 입법취지는 물론 헌법 제7조 제2항에서 정한 공무원의 신분보장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게 되는 정도에까지 이르러 일반 불법행위의 법리에 의한 손해배상의 방법으로 그 위법성을 도저히 치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진급 심사에 필요한 실질적인 직무 수행의 기회를 상실한 기간만큼 계급별 연령정년이 연장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계급 정년이 연장될 수 있는 경우에 관한 대법원(2005두7273) 판결의 법리가 군인사법상의 계급별 연령정년에 관하여도 적용 가능한 경우가 있다는 점 및 예외적으로 계급별 연령정년이 연장되기 위한 요건과 그 연장 기간의 범위에 관해 밝힌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