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로 무감산 유지하기 어려웠을 듯
메모리 업계엔 희소식…"재고 2분기부터 감소"
삼성전자가 결국 감산을 택했다. 세계 1위 삼성전자를 포함해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까지 글로벌 반도체 공급 3사가 모두 감산을 택하면서 메모리 업황 반등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삼성전자는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처음으로 감산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설명 자료에서 "이미 진행 중인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와 엔지니어링 런(시험 생산) 비중 확대 외에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웨이퍼(원판) 투입량을 줄이는 등 인위적 감산에 들어간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무(無)감산 기조’를 이어왔다.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감산과 투자 축소 계획을 밝혔을 때도 "시설투자(캐펙스CAPEX)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면서 인위적 감산을 시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1분기 반도체 업황이 더욱 악화하면서 더 이상 감산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구체적인 감산 규모와 시기 등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DDR4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감산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향후 고객사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는 지속한다. 삼성전자는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수요가 전망되기 때문에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감산 규모에 대해 '의미적인 수준'이라고 한 만큼 대폭 감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다만 삼성전자도 발생하고 있는 손실에 대해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어느 정도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업계 1위인 삼성전자의 인위적 감산은 업계의 희소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감산에 동참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고 업황 반등도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20% 감소했다. 오는 2분기에도 하락 폭이 전 분기 대비 10~15%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트렌드포스는 "현재 공급업체 재고 수준이 높아 D램 ASP는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며 "생산량을 크게 줄여야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현우ㆍ문소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한 점이 수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재고가 1분기 피크를 치고 감소로 전환해 메모리 재고도 2분기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