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하려면 시장 심리 변화 동반돼야”
유례없는 반도체 불황에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가 감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문가들은 애초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IT 수요 부진으로 올 하반기에나 반도체 업황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삼성전자가 ‘인위적 감산’을 이례적으로 밝히면서 이르면 2분기 실적 개선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자 지난 7일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감산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6월 이후 약 25년 만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감산에 돌입했지만, 삼성전자는 생산라인 재배치 등 실질적인 생산량 조절 행동을 취하면서도 ‘인위적 감산은 없다’며 버텼다.
구체적인 감산 규모와 시기 등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DDR4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감산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1위 삼성전자를 포함해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까지 글로벌 반도체 공급 3사가 모두 감산을 택하면서 메모리 업황 반등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감산에 동참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고 업황 반등도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20% 감소했다. 오는 2분기에도 하락 폭이 전 분기 대비 10~15%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트렌드포스는 “현재 공급업체 재고 수준이 높아 D램 ASP는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며 “생산량을 크게 줄여야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현우·문소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한 점이 수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며 “재고가 1분기 피크를 치고 감소로 전환해 메모리 재고도 2분기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번 인위적 감산으로 메모리 생산량을 20% 정도까지 줄일 것으로 예상한다. 만일 업황 불황으로 연말까지 이어간다면 삼성전자의 올해 메모리 생산량은 약 1조5000억 개로 지난해보다 4000억 개 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가격 내림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IT 수요 회복도 쉽지 않은 만큼 2분기 실적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선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수요처와 공급처 간의 심리에 의해 만들어지는 만큼 시장 심리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승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계절적 성수기와 공급 축소 효과가 발현될 하반기부터 메모리 업황 회복이 예상되는 가운데 2분기 실적 저점 이후 분기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시장이 극적으로 변하려면 수요 시장이 바뀌어야 한다”며 “세트 제품 생산이 늘어나야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데, 그게 아닌 상황에서 생산만 줄인다고 해서 반도체 시장이 극적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