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기차 시장서 LS그룹 입지 강화할 것"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취임 후 첫 해외 현장경영으로 유럽을 찾았다. 구 회장은 유럽 전기차 시장 내에서 LS그룹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9일 LS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달 2일부터 10일까지 LS전선과 슈페리어 에식스(SPSX) 유럽법인 중 독일·폴란드·세르비아에 있는 전기차용 권선과 배터리 부품, 통신케이블 공장을 방문했다.
먼저 독일 L&K 공장을 방문한 구 회장은 “전통적으로 완성차 및 전기 분야 산업의 강국인 유럽에서 LS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수요가 늘고 있는 유럽 전기차 시장에 맞춤 대응할 수 있도록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자”고 말했다.
LS그룹 계열의 미국 전선회사 SPSX는 유럽 전기차 수요의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1월 무산소동(OFC) 유럽 최대 생산기업인 L&K를 전략적으로 인수했다. 무산소동은 산소 포함량이 0.001% 미만으로 전도율이 월등히 높은 고순도 구리를 말한다.
L&K는 전기차 구동모터용 권선(자동차·변압기·모터 등 전자장치에 감는 피복 구리선)의 핵심 소재인 무산소동을 연간 6만5000톤가량 생산하는 독일 기업이다. 이는 2000만 대 분량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L&K는 첨단 정밀기술 분야인 우주·항공·의료산업 등에 사용하는 특수 케이블도 만들고 있다.
LS는 L&K가 생산한 무산소동을 SPSX 독일·세르비아 공장 등에 공급하고, 고효율 전기차 구동모터용 권선을 제작해 현지 완성차 업체들에 제공할 수 있는 전기차 밸류체인을 확보하게 됐다.
구 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부품과 통신용 광케이블을 생산하는 LS전선 폴란드 법인(LSEVP)과 SPSX 세르비아 권선 생산 법인 등도 방문해 주재원과 현지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어 폴란드 브로츠와프시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을 찾아 이차전지 제조 과정을 둘러보며 양사 간 협력을 모색하는 시간도 가졌다.
구 회장이 첫 현장경영 장소로 유럽을 낙점한 것은 유럽의 전기차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고돼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해 5월 발간한 세계 전기차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 연간 수요는 현재 약 120만 대에서 2030년까지 최대 1500만 대 수준으로 13배 증가가 예상된다.
구 회장은 지난해 취임 후 전력 인프라 위주의 그룹 체질을 배터리·전기차·반도체(배전반) 등 성장성 높은 사업으로 개편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5일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3’ 행사장을 찾아 “전기차 분야 소재부터 부품, 충전 솔루션까지 그룹 내 사업 역량을 결집하고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LS그룹은 지난달 충남 아산시 토리컴 사업장에 연간 5000톤 규모의 황산니켈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토리컴은 LS MnM의 출자사로 금, 은, 백금, 팔라듐 등 유가금속을 재활용해 지난해 약 3200억 원의 매출을 거둔 국내 최대 규모의 도시광산 기업이다.
LS그룹은 산업용 배터리 부품 회사인 LS머트리얼즈의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LS머트리얼즈는 차세대 이차전지로 불리는 울트라 커패시터(UC) 시장에서 대형 제품 부분 세계 1위 기업이다. 울트라 커패시터는 고속 충·방전과 긴 수명이 장점인 산업용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비롯한 일차전지를 대체·보완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LS그룹은 배터리, 전기차 분야 사업을 강화해 2030년까지 자산 50조 원 규모의 그룹으로 성장한다는 ‘비전 2030’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8년간 20조 원 이상을 배전반을 비롯한 신성장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