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감산 절반 이상 상쇄
이란·브라질 등도 산유량 늘려
유가 안정에 크게 기여
브렌트유 현재 82달러로 예상 크게 밑돌아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주요 산유국들이 지난해 10월부터 감산에 나선 상황에서 이란, 가이아나, 노르웨이, 카자흐스탄, 브라질, 나이지리아 등 제3의 산유국들이 산유량을 늘리면서 시장 충격을 막는 완충재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이후 나이지리아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130만 배럴로 35만 배럴 증가했다. 증산량만 따지면 사우디의 감산량(약 50만 배럴)의 절반 이상을 상쇄할 수 있는 양이다. 이란 역시 지난해 9월 이후 산유량이 20만 배럴 증가했고, 카자흐스탄은 24만 배럴 늘렸다. 브라질은 지난해 9월 이후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해 올해 1월에는 산유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주요 산유국이 감산을 선언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OPEC과 러시아 등 비(非) 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지난해 10월 하루 원유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200만 배럴 감산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달 초에는 사우디 주도로 일부 OPEC+ 산유국이 총 116만 배럴의 자발적 추가 감산을 깜짝 발표했다.
결국 국제유가가 어디로 향할지는 나이지리아 등 시장의 ‘와일드카드’에 달렸다고 WSJ는 강조했다. 나이지리아는 OPEC 회원국이지만, 최근 감산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산유량이 쿼터보다 적어 지난해 감산 결정 구속력도 없다.
다만 이들 제3의 산유국 증산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투자 확대를 통한 증산이 아니라 변수가 일시적으로 해소된 데 따른 생산량 증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는 불법 파이프라인을 통한 원유 절도 문제를 파악하고 나서 기업들이 바지선을 통한 운송로를 새롭게 확보한 데 힘입어 생산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카자흐스탄도 러시아의 흑해 해안 수출 터미널 잠정 폐쇄로 빚어진 가동 차질에서 벗어나면서 생산이 증가했다.
조반니 스토노보 UBS그룹 원자재 담당 애널리스트는 “나이지리아와 카자흐스탄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증산은 예상되지 않는다”며 “이란도 생산량 증가가 기대되지만 미국과의 핵 협상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