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필립모리스가 코로나 시기 침체된 실적에서 벗어나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전자담배 시장의 경쟁이 한층 치열한 상황에서 과거 전자담배 시장의 주도권을 쥐었던 시절의 규모까지 매출을 회복하는 것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해 6868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21.5% 신장했다. 수익성은 이보다 더 가파르게 개선해 80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62.7% 급증한 수치다. 순이익은 453억 원으로 131.6% 증가했다.
한국필립모리스의 수익성이 대거 개선된 것은 판관비 절감에 기인한다. 회사의 매출원가율이 2021년 43.5%에서 지난해 50.4%로 올라갔지만, 판관비는 2889억 원에서 2600억 원으로 10.0% 감소했다. 판관비 절감은 새로운 유통·운영 모델의 도입으로 이와 관련한 비용이 778억 원에서 544억 원으로 줄어든 것과 광고비를 155억 원가량 아낀 영향이 컸다.
한국필립모리스의 작년 매출은 코로나 이전 수준인 2019년 6831억 원을 소폭 웃도는 수준으로, 회사는 코로나 시기인 2020~2021년 외형이 5000억 원대로 후퇴했다. ‘담배연기 없는 세상’을 선포한 한국필립모리스가 국내에서 기존 궐련의 매출 신장에 힘쓰기보다 전자담배 부문의 성장과 확산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다.
한국필립모리스가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린 때는 2018년으로 당시 8706억 원을 기록했다. 1년 앞선 2017년에는 역대 두 번째 수준인 8382억 원을 올렸는데, 한국필립모리스가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국내에 출시해던 때다. 그해 6월 전자담배를 선보인 한국필립모리스는 90%에 육박하는 전자담배 스틱 점유율을 거두며 호실적의 밑바탕이 됐다.
이후로는 KT&G가 ‘릴’ 시리즈를 출시하며 거세게 추격해왔고, 한국필립모리스가 시장 지배력을 내주면서 지난해 기준으로 공동 1위가 됐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점유율은 한국필립모리스와 KT&G가 44%로 동률이며 BAT가 11%를 차지했다. 한국필립모리스가 그나마 같은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작년 11월 회사가 새롭게 선보인 아이코스 일루마 시리즈 출시 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작년 3분기까지는 KT&G 49%, 한국필립모리스 40%로 KT&G가 역전한 바 있다.
신제품 출시 효과를 확인한 한국필립모리스는 올해 2월 아이코스 일루마 시리즈(일루마 원)를 추가로 선보이며 주도권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신제품 가격을 최근 국내 출시된 전자담배 디바이스 중 가장 낮은 6만9000원으로 책정하는 등 올해에도 일루마 시리즈 확대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