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는 통계가 어제 나왔다. 세계무역기구와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취합한 통계가 이렇다. 지난해 전 세계 수출액은 24조9044억8900만 달러이며, 한국 수출액(6835억8500만 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2.74%였다고 한다. 2020년 2.90%에서 2021년 2.88%로 떨어졌다가 또 뒷걸음친 결과다.
우리나라의 세계 점유율은 2010년 처음 3%대에 올라섰고,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연속 3%대를 유지했다. 2017년에는 3.23%로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던 점유율이 2019년 2.85%로 내려앉더니 4년 연속 2%대를 맴돈 것이다. 지난해 점유율은 금융위기 때인 2008년(2.61%)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출 점유율이 0.1%포인트 하락하면 약 14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부정적 영향이 나타난다. 3%대 점유율이 2.74%까지 빠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증발했을지 모를 일이다.
수출 하락세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미중 탈동조화,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주의 등의 바람이 거세지는 글로벌 기류 또한 크게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여러 조짐은 심상치 않다. 미국은 지난해 8월 반도체지원법·인플레이션감축법을 발효했고, 유럽도 3월 핵심원자재법 초안을 발표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도 밀착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블록화하고 있는 것이다. 무역 강소국에 유리한 기류 변화가 아니다. 수출 버팀목인 대중 무역과 반도체 또한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오히려 사면초가 형국이 아닌지 걱정할 판국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자국중심주의 산업정책으로 인해 세계교역 단절이 심화할 경우 글로벌 경제성장률(GDP)이 2%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IMF의 세계 GDP 전망치가 올해 2.8%, 내년 3.0%라는 점에서 1%포인트가량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셈이다. 한국은행도 어제 자국중심주의 산업정책이 반도체·이차전지·전기차에 집중되고 있다며 국내외 투자환경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 우려했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 4월 최근 경제동향’에서 수출·설비투자 부진 등을 이유로 석 달 연속 경기둔화를 공식화했다. 마법사 주문처럼 ‘상저하고’만 외칠 때가 아니다. 전략산업 경쟁력 강화에 다들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수출 종목·지역 다변화도 화급한 과제다. 무수한 일자리가 수출 점유율에 좌우된다는 사실만 명심해도 힘을 모으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