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52시간제, 이중 장부 등 불법·편법으로…그대로 두면 40시간제 안착도 어려워"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 확대를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입법예고안 재검토가 곧 ‘근로시간 유연화’ 폐지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률적인 ‘주 52간제(소정 40시간+연장 12시간)’를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장관은 현장에서 적응할 여유 없이 주 5일제로 불리는 주 40시간제(소정근로시간) 도입, 근로기준법상 1주에 대한 행정해석 변경(평일→주말 포함),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가 연이어 이뤄지면서 현장의 불법·탈법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 52간을 넘기고, 증거가 남으면 처벌받으니 근로시간 장부를 따로 관리하는 불법·편법 문제가 있다”며 “만성적으로 사람이 필요한데 그 인력 그대로 가면 탈법·편법, 공짜 노동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 장관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면 실노동시간 단축은커녕 주 40시간제 안착도 힘들 것”이라며 “옥죄는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상한(만 계속 낮추는 방식으로) 규제하는 것으론 해결이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말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의 핵심은 ‘일한 만큼 보상받는’ 관행을 만들고, 장기적으로 실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월 이상으로 확대하면 처벌 회피를 목적으로 장부상 근로시간을 조작해 수당을 미지급할 필요가 사라지고, 실근로시간에 비례한 임금 지급이 관행화하면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근로시간을 줄일 것이란 계산이다.
특히 이 장관은 입법예고안대로 근로시간 제도가 개편돼도 연간 근로시간은 늘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관리단위를 확대할수록 연장근로시간 총량을 감축하도록 설계했단 점에서다. 다만, 입법예고 과정에서 연장근로시간이 ‘총량’이 아닌 ‘주 상한’에 초점이 맞춰진 데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간의 과정에 대해 이 장관은 “우리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수정안 마련 과정에선 ‘근로시간 상한’보단 ‘방향’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한편, 고용부는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차원에서 ‘통상임금 산정지침’ 개정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근로시간에 근거하지 않은 포괄임금 구성항목상 연장·휴일근로시간은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소정근로의 대가로 간주해 통상임금에 산입하면 불합리한 포괄임금 무효화로 실질적인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효과를 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이정한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다 열어놓고 실효성 있는 근로감독과 근로감독의 결과, 그리고 그간에 검토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을 위한 법적 장치 부분까지도 같이 고민하고 있다”며 “해당 사항도 그런 차원에서 같이 한번 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