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SMR 시장 참여 저울질
R&D 지원ㆍ세액 감면 등 필요
국내 실증단지 우선 확보하고
민관 합동 프로젝트 늘려야
국내 기업들은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참여를 놓고 저울질 중이다. SMR 산업이 아직 도입 초기인 데다 불확실성과 우려를 걷어낼 만큼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민간기업 참여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와 통합인허가제 도입 등 정부 차원의 ‘당근’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 우리나라의 특허 출원은 미국, 중국 등 주요국에 비해 미흡한 상황이다.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이 발간한 ‘2022년 특허 빅데이터 기반 산업혁신 전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SMR 주요 출원인 점유율은 14건에 그쳐 10위 중 9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출원인이 KEPCO E&C(한국전력기술) 등 에너지 공기업에 국한돼 있는 만큼 민관 합동 프로젝트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점유율 상위 3위는 미국 원전 기업인 뉴스케일파워(57건), 테라파워(35건), 웨스팅하우스(26건)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어 중국의 중국원자력기술연구소(17건), 중국원자력공사(16건)가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일본 도시바는 15건으로 미국 밥콕앤윌콕스, 어드밴스트리액터와 공동 6위에 올랐다.
한국특허전략개발원 특허빅데이터센터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출원 점유율이 비슷한 유럽·일본과의 격차를 벌리고, 미국·중국과의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며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SMR이 기존 에너지 산업을 대체할 주력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기업으로서는 고민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초기 투자비용 부담이 크고 향후 사업이 어그러질 경우 천문학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SMR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SMR은 기존에 원전 사업을 영위하고 있거나 대기업 수준의 자본과 인력이 받쳐주는 게 아니라면 쉽사리 투자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민간이 SMR에 투자하게 하려면 미국처럼 연구개발(R&D) 지원·세액 감면 등 전방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탈원전 등 정치적인 이유로 애써 추진해 온 사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어 여야를 떠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제작 기업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오랜 기간 기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K-원전’ 재도약을 천명하면서 2014년 신고리 5·6호기 이후 9년 만에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수주에 성공했다.
우리나라가 기업 투자에 주춤하는 사이에 세계 각국은 SMR 시장 헤게모니를 거머쥐기 위해 자국 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정부는 향후 7년간 SMR에 32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힘입은 미국 SMR 기업들은 2030년 이전에 SMR 상용화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영국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의 책임감 있는 추진을 위해 지난달 영국원자력청을 출범했다. 영국원자력청은 신규 원전 건설 및 SMR 기술 상용화를 통한 에너지 생산량 제고 및 영국 내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다. 프랑스 또한 신규 원전 건설, SMR 개발 등에 초점을 두고 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와 기업들은 민간기업들의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표준설계인가-건설허가-운영허가로 이어지는 인허가 체계 대신 통합인허가제를 도입한다면 공사기간과 건설비용이 절감돼 기업들의 자금회수도 빨라진다”며 “SMR 상용화를 위해 국내 실증단지가 우선적으로 확보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