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부터 바뀌는 제조업…새 기술혁신 황금시대 온다 [글로벌 제조업 新산업혁명]

입력 2023-04-23 19: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블루오션’ 산업용 기술에 변화의 바람
글로벌 탈탄소화 움직임에 혁신 가속화
‘아이폰 등장’처럼 산업계 변혁 올 것

▲사진은 제조 공장 라인에서 스마트 로봇이 보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기술 혁신과 투자의 황금기가 도래하고 있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기술 혁신의 시대가 끝났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소비자 기술의 혁신은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더 이상의 급격한 성장의 여지는 많지 않다. 여기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은행 위기 속에서 투자자들은 공포에 질렸고, 고금리 환경에 기술 기업들은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혁신의 ‘블루오션’은 따로 있다. 바로 산업용 기술이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3은 제조업, 운수, 물류, 의료 등 전통적인 산업이 차지하고 있다. 이곳은 아직 근본적인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DX)’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러한 제조업 부문에도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의 벤처캐피털 이클립스벤처스는 이러한 산업계 DX에 38억 달러(약 5조308억 원)를 투자했다. 이 회사의 파트너인 벤처 투자자 그렉 라이쇼는 이 새로운 물결을 ‘산업혁명’이 아닌 ‘산업진화’라고 부른다.

이클립벤처스가 투자한 70개 기업 중 하나는 적층제조 기술회사 벌컨폼스다. 이 회사에서는 제조 라인의 한쪽에서 철강을 투입하면, 다른 쪽에서 자동차 바디가 나온다. 3D 프린팅으로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품도 만들 수 있다. 일례로 제트 엔진용으로 수만 점의 부품을 생산하고 있었더라도, 몇 시간이면 의료용 임플란트나 가전제품 부품의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

대기업은 이러한 디지털 메이커에 생산을 외주 맡김으로써, 가장 중요한 연구개발이나 판매, 마케팅 등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기존처럼 수십 개 국에 걸쳐 수백 개의 공급 업체를 거느릴 필요가 없게 된다.

글로벌 탈(脫)탄소화 움직임도 제조업의 변화에 불을 붙일 전망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법 정비가 추진되면, 산업계에 새로운 기술 혁신이 진행된다.

탄소 배출량의 70%는 산업계와 발전, 운수 등의 분야가 차지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일례로 금속의 얇은 막을 3D 프린팅으로 만들면, 소재 덩어리에서 부품을 잘라내는 것보다 소비 에너지도 덜 들고 탄소 배출량도 더 적게 나온다.

존 하트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은 우리 자신과 재배되는 식품 이외에는 모두 제조된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을 지나면서 여러 요인이 서로 작용해 제조업에 변혁을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급망이 요구되고 있으며, 경제와 안보 관점에서 제조업의 중요성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탈탄소화가 가속화하면서 생산시스템을 큰 규모로 새롭게 진행해 나가야 할 필요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이 자신의 사업에 특화해 고립되기 쉽다. 그러나 각종 센서와 로봇공학, 소프트웨어 등으로 활용해 스마트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서로 연결돼 있는 것처럼 기업들도 다양한 정보와 자원을 끊임 없이 공유할 수 있게 된다고 FT는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 지난 2년간 공급망 관련 정책 고문을 맡았던 엘리자베스 레이놀즈는 “생산성 향상과 성장의 분명한 호기”라며 “우리는 지금 새 시대를 향한 혁명이 시작되는 곳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채팅 앱 화면에서 자신의 얼굴을 고양이나 개로 바꾸는 수준의 기술 이야기가 아니다”며 “신산업혁명을 추진하는 기술혁신은 차원이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FT는 제조업의 이러한 변화를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했던 2007년도에 빗댔다. 아이폰의 등장은 소비자 기술의 비약적 성장을 불러왔다. ‘앱 경제’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업무, 놀이, 쇼핑 방법 등이 완전히 바뀌었다. 기업들도 지금 그때와 같은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신산업혁명이 대량의 실업을 불러올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재능 있는 기술자들은 소비자를 위한 소프트웨어에서 산업용 기술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반면 인공지능(AI)과 더불어 필요한 노동력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최첨단 공장의 출현은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아이폰과 앱 경제의 등장은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신산업혁명도 우리가 상상할 수 없던 새로운 일자리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FT는 강조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