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이네’·‘장사천재 백사장’·‘한국인의 식판’
자, 모두들 안녕? 내가 누군지 아니?
이 질문으로 설명 가능한 ‘식당 예능’이 돌아왔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 잔잔한 힐링과 왠지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지는 국뽕이 겸비된 ‘해외에서 식당사장 되기’가 말이죠.
한국에서는 유명 배우나 방송인이지만, 평범한 식당 사장과 종업원이 되어 한식을 알리겠다는 이들. 그 가운데 해외 여행지의 멋진 풍경과 어디선가 익숙한 “혹시, OO 아니세요?”라는 인기까지 엿볼 수 있죠.
장소가 ‘해외’이다 보니, 팬데믹 기간에는 도무지 시도할 수가 없었는데요. 하지만 때가 왔죠. 멈췄던 해외여행의 전면 재개. 그 영광을 또 재연하고자, ‘한식 예능’은 또 길을 떠났습니다.
첫 타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나영석PD 사단이었는데요. ‘윤식당’, ‘윤식당2’을 멋지게 성공시킨 ‘한식 예능’의 원조 격인 팀이죠. 배우 윤여정을 사장으로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이 종업원으로 나섰던 ‘윤식당’은 정말 대박을 쳤는데요. 1편은 발리에서 2편은 스페인에서 진행됐는데 각각 닐슨코리아 기준 14.1%, 16.0%라는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윤식당’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이었던 ‘윤스테이’까지 시청률 11.6%를 찍으며 ‘한식 예능 강자’의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특히 ‘윤식당’은 중국 TV에서 그대로 베끼며 중식당을 여는 포맷으로 방송해 논란이 되기도 했죠.
이번엔 이서진이 사장으로 정유미, 박서준, ‘윤스테이’에 합류했었던 최우식뿐 아니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뷔까지 함께했는데요. 세계적인 슈퍼스타 BTS까지 앞세우면서 tvN ‘서진이네’를 향한 기대감이 높아졌죠.
이번엔 분식을 들고 멕시코로 향했습니다. 김밥, 떡볶이, 라면, 핫도그 등 익숙한 분식들을 선보이며 멕시코 현지인들과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요. 입소문이 나면서 늘어난 손님들 속 ‘기생충’ 최우식과 ‘슈퍼스타’ BTS를 알아보는 이들도 비치며 전작의 루틴이 그대로 이어졌죠.
그다음 타자는 이연복이었습니다. 이연복 또한 tvN ‘현지에서 먹힐까’ 시리즈를 통해 한식 예능에서 톡톡한 재미를 봤는데요. 한국식 중화요리를 메인으로 중국과 미국에서 ‘푸드트럭’ 장사에 나섰죠. 한국 유명셰프의 음식답게 현지에서도 좋은 반응을 끌어냈는데요. 이연복은 중화요리에만 머물지 않고, 한국식 치킨·김치볶음밥 등을 선보이며 “한국음식 맛있다”를 외치게 했죠.
이번에는 JTBC ‘한국인의 식판’을 통해 급식에 도전했습니다. 이연복을 필두로 김민지 영양사, 홍진경, 남창희, 허경환, 몬스타엑스 주헌, 피터 빈트가 함께했죠. 그간의 포맷과 다른 점은 동시에 제공되는 ‘단체주문’이라는 점이었는데요. 울버햄튼, 옥스퍼드 대학교, 퀸 엘리자베스스쿨을 찾아 100~300명에 이르는 선수와 학생들에게 K급식을 선보였습니다.
한국 학생들이 급식에서 사용하는 식판을 그대로 사용, 각각의 메뉴들로 영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이 목표인데요. 급식을 의뢰한 의뢰인의 만족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죠. 영국 급식과 다른 한국만의 특이한 메뉴 구성은 영국인들의 관심을 끌만했는데요. 많은 인원이었지만 이들 대부분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뿌듯함을 느끼게 했죠.
‘한식 예능’의 마지막은 백종원이었습니다. 요식업의 대가로 불리는 백종원이 방송을 통해 돈을 버는 장사로 나선 것은 처음인데요. 그간 백종원은 한식을 알려주거나, 장사법을 알려주는 선생님의 입장으로만 나서왔죠. 아니면 직접 맛있는 해외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먹방’을 선보인 정도였는데요. 이번에는 직접 뛰어들었습니다.
tvN ‘장사천재 백사장’은 그렇게 시작됐죠. 낯선 땅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음식점을 여는 포맷답게 ‘장사천재’인 백종원도 당황스러운 상황이 펼쳐졌는데요. 백종원은 현지 조사부터 식자재 물가 파악, 직원 채용 등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장사 준비를 했습니다. 자본금 300만 원으로 외국인들에게 한식을 성공적으로 팔아야 했죠.
한식 불모지인 모로코에서 백종원의 철저한 분석을 통해 판매된 불고기 버거와 갈비탕은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백종원은 한국 음식이 생소한 손님들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 주방을 점포 앞에 배치하며 ‘장사꾼’의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한식에서 나름 뼈가 굵은 사단과 출연진에도 불구 ‘한식 예능’은 그 과거의 영광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요. ‘서진이네’ 9.3% ‘장사천재 백사장’ 4.9%, ‘한국인의 식판’ 2.8%이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죠.
또 그간의 방송과는 달리 부정적인 시선 또한 많아졌는데요. ‘서진이네’ 속 식당 직원들의 태도가 지금까지와 다르다고 지적합니다. 매회 “힘들다”, “더 이상 못하겠어요”, “쉬고 싶어요” 등의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직원들의 모습이 두드러지면서부터죠.
윤여정이 사장으로 신구가 종업원으로 나섰던 때에도 없었던 불평불만이 젊은 출연진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는데요. 오픈 시간 딜레이, 브레이크 타임, 휴무, 반차 등 여러 복지에도 “사장님은 수익만 좋아해”라며 볼멘소리를 내는 모습이 영 와 닿지 않는 거죠. 심지어 손님과의 약속보단 직원의 호소가 더욱 강하게 통하는 식당을 바라보며 ‘소꿉놀이 식당’이라고 평하기도 하는데요.
‘서진이네’ 애청자들은 진짜 식당을 하는 것이 아닌 예능이자 ‘힐링물’을 너무 다큐로 보는 시선이 불편하다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그간 ‘윤식당’의 힐링은 부족한 환경이지만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온 뿌듯함, 힘든 상황을 서로 격려하며 손님을 위한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했던 꾸준함, 아름다운 여행지와 하나 된 구성원들의 케미스트리가 주를 이뤘는데요. 이 모든 것이 부족해진 ‘서진이네’는 “힐링물이라면서 힐링이 되지 않는다”라는 반박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또 너무 익숙한 루틴과 포맷 또한 지루하다는 의견도 많은데요. ‘서진이네’는 자기복제라는 혹평을 받고 있고요. ‘한국인의 식판’이나 tvN ‘장사천재 백사장’의 경우에도 각각 급식과 장사라는 아이템을 추가했지만, K푸드를 외국인에게 선보여 인정받는다는 콘셉트는 전혀 변함이 없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한편에서는 “왜 우리가 외국인들에게 한식이 맛있음을 굳이 확인받아야 하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요. 널리 퍼진 이태리 음식은 오히려 “진짜 이태리 음식은 그 것이 아니다”며 현지인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죠. K컬쳐의 큰 관심 덕 K푸드 또한 많이 알려진 지금, 굳이 외국인들에게 ‘인정’을 받으려 애쓰는 모습을 이제는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숙고해 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