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매출ㆍ영업익 사상 최대치 기록
러시아 중국 등 지정학적 리스크 잔존
고금리ㆍ고환율 비롯해 채권시장 경색
“미래차 투자하고 자금 경색에도 대비”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현대자동차의 향후 행보에 대해 재계와 금융투자업계가 다양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 현대차가 미래차 시대를 대비한 천문학적 투자에 다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현대차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열고 구체적인 실적과 배경, 전망 등을 밝혔다.
회사는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37조7787억 원)과 영업이익(3조5972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도 무려 9.5%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은 2013년 3분기(9.7%)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다.
호실적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 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렸다. 먼저 내수시장의 두둑한 캐시카우 7세대 그랜저가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약진도 큰 힘을 보탰다. 제네시스 G80 한 대를 팔면 현대차 중형세단(쏘나타) 4대분의 영업이익이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는 친환경차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전년 대비 10.7% 증가한 83만여 대의 친환경차가 팔리면서 영역이익을 키웠다.
차도 잘 팔렸지만 원가도 감소했다. 이날 현대차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품 수급이 개선되면서 1분기 매출 원가율이 전년 동기보다 1.3%포인트 낮아진 79.6%를 나타냈다”라고 밝혔다.
부품 수급상황의 개선으로 공장 가동률이 상승했고 물류비용 정상화 등이 맞물리면서 원가율이 유리하게 흘렀다.
이런 호실적이 지속할지, 일회성에 그칠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먼저 재계 일각에서는 신차의 부재를 리스크로 꼽았다. 앞서 현대차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절정에 달했을 무렵부터 주력 신차를 쏟아냈다.
이들 대부분이 올해 들어 노후화 초기에 진입했다. 2023년의 경우 5세대 완전변경 싼타페를 제외하면 당분간 시장을 뒤흔들만한 신차가 없는 상태이기도 하다.
이밖에 국가 간 갈등을 포함해 지정학적 리스크, 인플레이션 확대,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위축 등이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 환율 변동성 확대와 업체 간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상승 역시 현대차의 경영 활동에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갖가지 우려 속에서도 1분기 호실적의 여파가 적어도 2분기까지는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먼저 2분기부터 본격적인 계절적 성수기가 시작된다. 여기에 부품공급이 정상화되면서 글로벌 주요 공장의 가동률도 100%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결국 현대차가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어갈 경우 본격적인 새 투자처를 찾아나설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서 정의선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2조4000억 원에 인수한 미국 자율주행 기업 앱티브, 1조 원을 투자해 지분 80%를 거머쥔 세계 1위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등이 주요 M&A로 꼽힌다. 유보금이 더 쌓이면 적절한 M&A 대상 찾아 나설 것이라는 게 투자업계의 분석이다.
1분기 영업이익이 4년 만에 5배 수준까지 증가했으니 이를 그냥 쌓아 놓을 리 없다는 게 투자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와 달리 재계 일각에서는 자금 경색에 대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여전히 국내 채권시장이 경색돼 있고 기업마다 ‘방어용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경영 전반에 불확실성이 남아있고, 지난해 4분기에 시작한 채권시장의 경직이 여전히 지속 중"이라며 "현금성 자산을 앞세워 미래차 투자를 지속하는 한편, 기업의 안정적인 유동성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