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페이퍼컴퍼니 통해 북한에서 담배 판매
미 법무부 “불법 자금이 북한에 들어가도록 허용하는 것 비양심적”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BBC 등에 따르면 BAT는 대북제재 위반으로 벌금 6억3500만 달러와 이자를 미국 당국에 지불하게 됐다. 미국 법무부는 “BAT와 그 자회사인 BAT마케팅싱가포르(BATMS)가 은행사기법과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위반했다”며 “이들은 싱가포르의 제3자 회사를 통해 북한에서 사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벌금은 단일 대북제재 위반 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BAT는 세계 2위 규모의 담배 기업이자 영국 10대 기업 중 하나다. 럭키 스트라이크, 던힐, 폴 몰 등 주요 담배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BAT는 2007년 북한 담배 판매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다는 언론 성명을 발표하고도 10년 이상 불법 판매를 이어 왔다. 자회사가 관리하는 제3자 회사를 이용해 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제3자 회사는 북한에 담배 제품을 판매해 약 4억2800만 달러를 받았고, 이 돈은 BAT로 흘러 들어갔다.
BAT는 이날 성명을 통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북한과 관련된 과거 사업 활동에 대한 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 법무부 및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과 합의에 도달했다”며 “미 당국에 지불해야 하는 총금액은 6억3524만1338달러에 이자를 더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BAT는 “미 법무부와 기소유예 합의(DPA)를, OFAC와는 민사 합의를 했다”며 “싱가포르에 있는 BAT의 간접 자회사는 법무부와 양형 합의에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잭 보울스 BAT 최고경영자(CEO)는 “BAT를 대표해 과거 사업 활동에서 발생한 위법 행위에 대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우리가 기대하는 최고 기준에 미치지 못했음을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북한에 담배를 판매하는 사업에 공모한 혐의로 북한 은행가 심현섭(39)과 중국인 조력자 친궈밍(60), 한린린(41) 등 3명에 대한 형사 기소도 이뤄졌다. 이들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북한 군이 소유한 국영 담배 제조회사를 위해 잎담배를 구매하는 계획에 관여하고 문서를 위조해 미국 은행을 속이는 수법으로 최소 310회에 걸쳐 거래한 혐의를 받는다. 북한 군이 소유한 담배 제조회사는 약 7억 달러(약 9394억 원)의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미 당국은 전했다.
매튜 올슨 미국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는 “북한의 살인적인 탄압과 끊임없는 핵 능력 추구는 자국민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며 “자금이 불법적으로 북한의 금고로 흘러 들어가도록 허용하는 것은 비양심적인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