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소비재 주력이어서 경기에 더 민감
유럽보다 더 큰 타격 받을 듯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해상 운송이 몇 년 만에 가장 큰 침체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불안감에 해상 물동량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컨테이너 선박 수요도 덩달아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만 하더라도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주 해안에는 짐을 하역하기 위해 100척 이상의 선박이 줄을 섰다. 물동량 폭증에 북미 서안에서는 배가 일주일 이상 정체하는 체선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3년 새 분위기는 급격히 반전됐다. 4월 미국 항구로 향하는 해상 화물 주문량은 전년 대비 반 토막 났다.
해운 물동량 감소는 화물 운송료 하락으로 이어졌다. 컨테이너 운임 분석업체 제네타에 따르면 올해 초 중국 동부에서 미국 서부 해양으로 향하는 표준 40피트 컨테이너 화물 운송료는 1444달러였다. 지난해 3월 최고치인 9682달러 대비 85%나 급락했다.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의 수입물량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전미소매협회(NRF)에 따르면 올해 3월 미국의 주요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수입량은 전년 동월보다 28.2%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4월 역시 전년 동월 대비 18%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로 미국의 소비가 위축됐고, 소매업체가 상품 과잉 상태에 놓였다.
미국발 화물 리세션은 유럽보다 아시아 지역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제로 작년 하반기 이후 유럽과 미국을 잇는 대서양 횡단 화물 수요보다 아시아와 연결되는 환태평양 컨테이너 무역 수요가 훨씬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 이유는 지역별 수입 품목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운송되는 컨테이너 화물은 시멘트, 석고, 배터리, 화학 제품과 같은 산업 수요가 주를 이룬다. 반면 아시아로부터의 수입품은 주로 소비재다.
글로벌 화물 운송 플랫폼 프레이토스의 주다 레빈 연구책임자는 “현재 미국 화물 리세션은 부분적으로 많은 소매업자가 막대한 재고를 떠안은 데에서 비롯됐다”며 “이것은 유럽에서 수입하는 것보다 환태평양을 횡단하는 시장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서양 횡단을 보면 그곳의 비율은 여전히 2019년의 두 배 이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