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가까이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영업해온 한인 델리(샌드위치·샐러드 등 수제 음식을 파는 가게)가 문을 닫자 브로드웨이 배우와 스태프 등 단골손님들이 송별회를 마련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폭스 뉴스, CBS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뉴욕 웨스트 44번가에서 39년 동안 샌드위치와 수프 등을 판매했던 김민(71) 씨가 운영한 '스타라이트 델리'가 같은 달 28일 문을 닫았다.
김 씨는 1981년 서울에서 뉴욕으로 건너가 3년 후 타임스퀘어에 자리를 잡고 식당을 열었다. 달걀, 고기, 채소 등으로 속을 채운 샌드위치를 만들며 하루 14시간, 주 7일을 일하며 브로드웨이 명소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스타라이트 델리는 브로드웨이 배우들뿐만 아니라 맨해튼 주민들의 단골 가게가 됐다. 단골들은 그를 '미스터 엠(Mr. M)'이라 불렀다.
그러나 비싼 월세와 고령,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 등으로 결국 문을 닫게 됐다. 현지 매체들은 "뉴욕의 한 상징적인 역사가 과거 속으로 사라졌다"라고 평했다.
영업 종료 소식이 전해지자 스타라이트 델리를 아꼈던 브로드웨이 배우들과 극단 관계자들은 영업종료일 가게 앞에 모여 '해피 트레일스'라는 노래를 부르며 김 씨 부부와 작별 인사를 했다.
'은퇴 선물'로는 300명 이상이 모금한 1만7839달러(약 2400만 원)와 브로드웨이 단골들이 사인한 액자가 전달됐다.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김 씨는 "내 인생에 이런 순간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절대로 지금 이 순간을 잊지 않겠다"고 오른손을 번쩍 들며 화답했다. '코러스 라인', '오페라의 유령' 등 브로드웨이 뮤지컬 팬이라는 김 씨는 배우들과 극단 관계자에게 음식을 제공한 것에 자부심을 전했다.
김 씨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은퇴할 때가 됐다"며 "아내·자녀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자신의 가게에서 일했던 직원 14명의 재취업을 고민하기도 했다. 김 씨는 "직원 중 5명은 다른 직장을 구했다"며 "다른 직원들도 이 가게가 완전히 닫기 전까지 취업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