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CPI 전년비 0.7% 상승 그쳐...반면 소매판매 10.6% 급증
일각선 “국가 통계보다 성장 회복세가 더 낮을 수 있다” 관측
미·유럽과 달리 공급부족 사태 없어 물가 급등 없다는 분석도
2년 전 미국이 그랬다. 오랜 기간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방역 규제가 해제되고 경제가 본격적으로 재개되자 수급 불균형에 맞물려 물가는 급등했다. 유럽은 물론 우리나라도 경제 회복의 대가로 고물가라는 부작용을 얻었다.
하지만 중국만큼은 어쩐지 예외다. ‘제로 코로나’의 그늘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혜에 경제는 빠르게 반등하고 있는데, 물가는 오히려 둔화했다. 이러한 역설은 지표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4.0%)를 웃도는 성적이다. 특히 중국 내수경기 가늠자 역할을 하는 소매판매는 3월에 전년보다 10.6% 늘어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했다.
그런데 정작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7% 상승하는 데 그쳐, 2월(1%)에서 둔화해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5% 수준, 그리고 유럽연합(EU)과 영국의 8.3%, 10.1%와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그렇다면 중국의 ‘리오프닝’이 유독 물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까.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진단했다.
두 번째 최근 임대료와 에너지 가격 하락도 중국이 경제 회복에도 물가상승률 둔화를 겪는 이유로 꼽힌다.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임대료는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 우려로 국제유가가 하락한 것도 중국의 인플레이션 둔화를 부추겼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중국의 리오프닝이 미국과는 다른 형태였다는 점도 중국의 경제 성장 회복과 물가 사이에 괴리를 만들었다.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급격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가계에 직접 현금을 주는 정책을 펼쳤다. 현금 지원을 받게 된 미국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더 나은 근로 조건을 찾아 이직하거나 근무 시간을 줄이려는 이른바 ‘대퇴직’ 바람이 불었다. 자연스럽게 인력난이 발생했고, 이는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원인이 됐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펼쳤지만 국민에게 현금성 지원을 하지 않았다.
중국의 경제 재개로 수요가 늘어나긴 했지만 그만큼 공급이 늘어나 공급 부족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중국의 3월 수출(달러 기준)은 전년 동월 대비 14.8% 증가했다.
심리적인 요인도 중국이 인플레이션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기업들은 수요 회복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으면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 자칫 고객들의 원성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계속되는 시장의 의구심 속에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수요 회복이 지속할 것이란 시장과 기업들의 믿음이 크지 않아서 물가 역시 더디게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