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선 여전히 금리 동결ㆍ연내 인하 가능성에 초점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한 신뢰 상실 지적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5~5.2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이전 금리 인상과는 다르게 연준이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미국 긴축 기조가 새 국면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동시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선 긋기’에도 여전히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연준은 FOMC 정례회의 직후 공개한 성명서에서 “위원회는 2%라는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약간의 추가적인 정책 강화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기존 문구를 삭제했다. 대신 “인플레이션을 (연준 목표인) 2%로 되돌리기 위한 추가 정책 강화가 적절할지 결정하는 데 있어, 연준은 통화정책의 누적 긴축, 통화정책이 경제활동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경제적·재정적 상황의 전개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를 고려할 것”이라며 톤을 낮췄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FOMC 성명에 추가 통화 긴축을 고려한다는 표현을 다소 완화해 이번 금리 인상이 마지막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해당 성명 발표 이후 이날 뉴욕증시는 상승 폭이 확대되기도 했다.
파월 의장도 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한 논의가 어느 정도 있었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성명 문구 변화가 6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인지를 묻는 말에는 “우리가 더는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고 말하지 않는 의미 있는 변화”라면서 “우리는 들어오는 데이터에 따라 6월 회의에서 그 질문에 접근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올해 긴축 종료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사실상 통화정책과 관련해 모든 선택지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데 초점을 맞추려는 의도다. 그는 “오늘 금리 인상 중단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회의 결과로 금리 동결을 단정짓지 말 것을 시장에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연준이 매우 불확실한 경제적 순간에 여러 선택지를 열어놓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이는 인플레이션이 과열되면 금리를 계속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월은 또 “FOMC는 인플레이션이 그리 빠르게 하락하지 않고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시간이 좀 걸릴 것이고, 이 예측이 대체로 맞다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파월 의장의 선 긋기에도 시장은 여전히 올해 금리 인상 동결을 넘어 연래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올해 9월 미국의 기준금리가 4~5%가 될 가능성은 약 75%로 점치고 있다.
제이슨 드라호 UBS글로벌자산운용 자산분배 챔임자는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의 중단과 종료는 이미 시장 전반에 걸쳐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유명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로젠버그 로젠버그 리서치 창립자는 “연준은 금리 사이클의 전환점에서 인상 중단에 대한 신호를 직접적으로 보내지 않으며 항상 일부 거친 표현을 유지한다”면서 “이에 일부 표현의 변화는 다음 회의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가능성을 열어놓는데 충분하며, 이것이 오늘 우리가 본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추가로 금리 인상에 나서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콧 랜더 호라이즌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에 “우리는 이것이 금리 인상 사이클의 끝으로 보고 있다”면서 “연준이 6월에 다시 금리를 올리려면 상당히 괴로운 인플레이션 수치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젠버그도 “연준이 이번 성명을 통해 추가 금리 인상에 있어서 더 높은 요건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바닥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레그 맥브라이드 뱅크레이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자체적인 신뢰 위기를 초래했다”면서 “연준이 경제 위기 신호를 보내면서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