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지방노동위원회가 처리한 개인분쟁 중 직장 내 괴롭힘은 240건으로 전년보다 85건(54.8%) 증가했다.
실제 직장 내 괴롭힘은 이보다 많다. 노동위원에서 처리한 개인분쟁은 사용자(고용주)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한 후 조사, 피해 근로자 보호, 괴롭힘 행위 근로자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접수된 사례다. 사업체 내에서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 분쟁사건으로 접수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한 전체 직장 내 괴롭힘 발생 건수는 집계되지 않는다. 직장인 3명 중 2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설문조사(인크루트) 결과도 있지만, 사실관계 확인은 어렵다.
중노위는 직장 내 괴롭힘 접수가 증가한 배경 중 하나로 근로자들의 권리의식 향상을 꼽는다. 기성세대와 다른 가치관을 지닌 20·30대가 노동시장에 유입되면서 권리분쟁이 늘었단 것이다.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늘어나는 만큼,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는 사례도 함께 늘어난단 점이다. 이런 분쟁이 늘수록 사회적 비용도 는다. 개인적 불만이나 적대심에 기반한 신고가 늘면 직장 내 괴롭힘을 대하는 사회적 태도가 가벼워져 ‘진짜 피해자’가 양치기 소년으로 여겨질 우려도 있다. 제도 활성화가 오히려 피해자를 더 괴롭히는 꼴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가 직장 내 괴롭힘 정의의 모호함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제76조의2)’를 뜻한다. 그런데 업무상 적정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정신적·신체적 고통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문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상사가 업무 성과가 저조한 부하직원을 질책하거나 업무강도가 높은 부서로 발령내는 행위도 당사자가 ‘괴로움’을 호소하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거다.
고용노동부는 현장의 이해를 돕고자 ‘직장 내 괴롭힘 예방·근절 매뉴얼’을 제작·배포하고 있으나, 근로자들에게 정부 매뉴얼은 접근성이 떨어진다. 또 매뉴얼은 법적 근거보단 판정례와 판례 위주로 직장 내 괴롭힘 사례·유형이 기술돼 있어 ‘성급한 일반화’를 유발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조항이 신설된 지 어느덧 4년이 지났다. 이제는 제도를 내실화할 때다. ‘무엇이 직장 내 괴롭힘인지’ 법률로, 또는 시행령으로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몇몇 전문가가 제안하는 것처럼 현행법상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에 ‘상습·반복적인’이란 말을 추가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모호함은 갈등만 부추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