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했더라도 별거로 인해 실질적 혼인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분할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분할연금이란 국민연금 가입자가 이혼했을 때, 가입자의 배우자가 노령연금 수령액의 절반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신명희 부장판사)는 7일 A 씨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노령연금 감액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전 배우자 B 씨와 1983년 10월 혼인한 후 1994년 4월부터 별거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두 사람은 2005년 10월 이혼했다.
A 씨는 2007년 2월부터 노령연금을 받았는데, 2020년 12월 국민연금법 제64조 등에 따라 분할연금 수급권이 생긴 B 씨는 공단에 A 씨의 국민연금 가입 기간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부분의 노령연금을 분할 지급해달라고 청구했다.
이에 공단은 분할연금 지급을 결정하고, A 씨에게 "B 씨에 대한 분할연금 지급으로 인해 노령연금액이 월 59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변경된다"고 통지했다.
이 같은 공단의 결정에 A 씨는 1994년 4월부터 2005년 10월까지는 B 씨와 별거 중이어서 실질적 혼인관계가 아니었다고 주장, 국민연금심사위원회(이하 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다.
위원회는 재심 끝에 2002년 8월부터 2002년 12월까지의 기간만 B 씨의 주민등록이 말소돼 두 사람의 실질적 혼인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 씨는 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고 실질적 혼인 기간인 1988년 1월부터 1994년 4월을 초과한 분할연금 지급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협의 이혼 당시 B 씨가 이혼신고서 상 '실제 이혼 연월일'란에 '1994년 4월 20일부터 별거'로 직접 기재했다"며 "또 1994년 1월부터 두 사람이 주소지를 달리하고 있으므로 해당 기간 두 사람 사이에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이어 "따라서 이 기간은 국민연금법 64조 1항이 정하는 '별거, 가출 등 사유로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것이 혼인 기간에 포함됨을 전제로 한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 씨는 해당 기간 A 씨와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달리하면서 가사·육아 등 부부 공동생활에서 아무런 역할을 부담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경우까지 혼인 기간에 해당함을 전제로 B 씨에게 분할연금 수급권을 부여하는 건 부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