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빠르게 늘면서 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금리 상승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쳐 차주들의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한계기업이 늘어난 탓이다. 올 하반기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되면 부실 폭탄이 한꺼번에 터져 ‘기업대출 연체율’이 금융안정의 새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제2금융권(저축은행·상호금융·보험사·여전사) 기업대출 연체율은 2.24%로 전년 동기 대비 0.92%포인트(p) 증가했다. 이는 6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기업대출 잔액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금융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작년 4분기 총 652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4분기(357조2000억 원)보다 82.6% 증가한 것이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상호금융 349조 원 △보험사 142조 원 △여신사 90조2000억 원 △저축은행 70조5000억 원 순이다.
문제는 기업에 돈을 가장 많이 빌려준 상호금융권의 연체율이 2금융권 중에서 가장 높다는 점이다. 상호금융 연체율은 작년 말 기준 3.30%로 전년 동기 대비 1.19%p 상승했다. 저축은행 2.83%(0.99%p), 여전사 1.01%(0.57%p), 보험사 0.15%(0.09%p)로 작년 같은 기간 보다 모두 상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와 부동산 전망 등으로 볼 때 연체율 상승은 지속될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사가 보유한 연체 채권을 민간시장에 매각하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