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미국 벤처투자 시장 전년비 55% 급감
최근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열풍에 힘입어 미국 내 ‘생성형 AI’ 관련 스타트업계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 스타트업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은 지난해 45억 달러(약 6조 원) 수준이었던 생성형 AI 기업에 대한 벤처투자가 최소 수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오픈AI가 처음 챗GPT의 언어 모델을 선보였던 2018년 업계 전체 투자액이 4억800만 달러에 그쳤던 것과 대조적인 분위기다.
실제로 올해 1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업계 자금 유치 훈풍을 주도하고 있고, 경쟁사인 앤스로픽도 구글로부터 3억 달러 이상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WSJ는 엔스로픽의 투자자용 프레젠테이션을 검토한 결과 자체 AI 챗봇 ‘클로드(Claude)’의 언어 모델 개발을 위해 향후 2년 내 최대 50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구글 출신 2명의 연구원이 2년 전에 차린 AI 스타트업이 최근 1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애플 임원 출신 2명이 설립한 또 다른 AI 스타트업도 AI로 구동되는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1억 달러의 투자금을 조달했다.
WSJ은 전반적으로 실리콘밸리 업계에서 벤처 투자 자체가 침체된 가운데 AI 관련 스타트업에는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전체 벤처 투자 시장은 올해 1분기에만 전년 대비 55% 급감한 350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그만큼 생성형 AI가 과거와 달리 영화 제작에서부터 고객센터, 식료품 배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비즈니스 활동에 변화를 몰고 올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피치북은 AI 기술이 적용되는 기업용 시장 규모가 올해 약 430억 달러에서 2026년에는 98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AI 업계 자체에 대한 열풍이 거세지면서 기업 운영에 경험이 거의 없는 AI 연구원들까지 창업에 뛰어들면서 자금 모금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식통에 따르면 수익이 없는 일부 기업도 5000만 달러 기업 가치를 인정 받아 1000만 달러 투자 펀딩을 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벤처캐피털 퍼스트마크의 매트 터크 AI 전문 투자자는 “지금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며 훌륭한 제품과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면서도 ”골드러시와 마찬가지로 시장이 설익은 아이디어를 가진 수백만 개의 기업을 지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