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60억 원 코인’ 의혹이 파장을 일으키면서 공직자 ‘가상자산 신고 의무’ 법안이 주목받고 있다. 해당 내용의 법안은 수차례 발의됐지만, 통과가 지연되는 사이 이번 사건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공직자 및 고위공직자 재산 신고 대상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내용의 법안은 21대 국회는 물론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다. 당시 정동영 의원을 시작으로 기동민, 노웅래 의원 등이 발의했지만 당시 법안들은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아직 가상자산 개념 자체가 불분명한 탓이 컸다.
가상자산 관련법을 다루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본지에 “가상자산을 공직자 재산 신고 대상에 포함하자는 법은 발의가 됐지만, 가상자산에 관한 법 자체가 없었다”며 “법적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는 상태에서 신고 대상에 포함하기에는 논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상자산의 법률상 정의가 처음 만들어진 2020년 3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 이후에도 비슷한 법안 논의가 지연됐긴 마찬가지다.
21대 국회에서도 신영대, 이용우,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각각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3월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2일엔 김한규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내놨다. 논의는 멈춰있는 상황이다.
입법을 반대하는 측은 아직도 가상자산과 관련해 규정이 필요한 부분이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유 의원은 이에 “가상자산이 금융상품이냐, 투자상품이냐부터 시작해서 세법 구분이 안 됐고, 투자자 보호 장치가 없는 점 등이 합의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혼란이 있었다”면서도 “과세 부분과 재산 등록 부분은 별개로 봐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이 자산 축적의 한 수단이나 투자, 투지 대상이 되는 것을 보고 적어도 공직자라면 재산 등록에 포함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공직자의 윤리적 측면, 투명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과세 부분과 별개로 여기서 생긴 이득이나 그런 부분은 등록해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 논란이 터진 만큼 이제는 입법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분위기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 의원도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 출연해 “제 생각으로는 이번 달 아니면 다음 달 중에 공직자윤리법은 개정이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다만 아직 민주당 내에서는 의견이 다 모아진 상황은 아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당에서도 조속하게 법을 통과시키자는 의견을 모았다. 빠른 시일 내에 법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도부에게까지 그런 보고가 있거나 논의가 된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다시 의견이 나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지도부는 김 의원 상황과 관련해 조사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공직자 또는 공직후보자에 대해 1000만 원 이상 현금, 주식, 채권 등 재산을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이 이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깜깜이 자산 증식의 여지를 남겨뒀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