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미래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의 비교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금융감독원이 주요 계리적 가정에 대해 세부 기준을 정해주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달 중으로 1차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11일 금융감독원은 광화문 센터포인트빌딩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보험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는 차수환 금감원 보험부문 부원장보 및 부서장, 13개 생명보험사와 10개 손해보험사가 참석했다.
차수환 부원장보는 올해 시행된 IFRS17과 관련해 보험업계의 협조를 당부하고 향후 계획 등을 설명했다. 우선, IFRS17는 회사별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으나 이러한 자율성이 적절히 관리되지 않을 경우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보험업계 전체 구성원이 산업의 신뢰 유지와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차 부원장보는 각 보험사들이 회계상 기초 가정을 합리적으로 설정할 것도 당부했다. 낙관적인 가정을 설정할 경우 초기에는 이익이 증가하나 결국 손실로 돌아오게 돼 미래에 재무적 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잘못된 가정에 근거해 상품 개발 및 판매정책이 이뤄질 경우 부작용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라며 "보험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확한 회계처리와 이에 근거한 장기적 관점의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표적인 예로는 실손보험의 손해율 가정이나 무ㆍ저해지 보험의 해약률 등이 있다"라며 "이외에도 금감원은 자의적 판단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해 추가로 조사해 중요도 순으로 세부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보험회사가 낙관적인 가정을 설정할 경우 초기에는 이익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기간이 경과됨에 따라 손실이 확대돼 결과적으로는 현재의 부담을 미래로 미루는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는 얘기다.
예컨대 실손보험은 미래 갱신보험료를 과도하게 인상하는 등의 가정을 적용해 재무제표를 산출할 경우 당장은 보험부채가 감소하며 실적이 개선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부적절한 가정은 결국 기간 경과에 따라 예상치와 실제값의 차이가 드러나면서 조정될 수 밖에 없고 특정 시점에는 보험회사의 부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차 부원장보는 "5월 중으로 1차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며 "보험회사들은 해당 기준을 활용해 주요 항목에 대해 보다 합리적인 가정을 설정할 수 있으며 회사간 비교가능성 및 재무제표의 신뢰성 제고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앞서 진행된 브리핑에서는 금감원의 가이드라인 제시가 시장개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가정을 세울 때 합리적이냐 안합리적이냐를 따져 비합리적으로 하는건 안맞는 것이고, 안맞는 것을 정당하게 고친다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개입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