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비금융 영역 확장에 난색…디지털 발전 저해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를 통한 사업 확장은 대세를 넘어 필수가 됐다. 금융권에서도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관련 기업과 손을 잡는 등 디지털 금융 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메타버스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특히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절실한 은행들의 경우 메타버스를 통해 비금융 영역을 넘보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금산분리(금융자본+산업자본 분리) 규제 빗장에 가로막힌 탓이다. 일본처럼 부수 업무의 기준을 법률 차원에서 설정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3월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 시즌2’를 오픈했다. 고객이 비금융 서비스를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시나몬에서는 가상자산인 ‘츄러스’를 활용해 예·적금, 대출, 투자 등 가상 금융거래를 체험할 수 있다. MZ고객을 중심으로 이용자가 빠르게 늘면서 4월 기준 가입자만 10만 명을 넘겼다.
우리은행은 메타버스 전문업체 그리드와 협업했다. 3D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 ‘모임(MOIM)’에서 소상공인 고객을 위한 ‘소상공인 종합지원센터’와 우리은행 직원을 위한 ‘디지털 연수원’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 소상공인 종합지원센터에서는 전담 센터장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정책금융대출, 상권·입지 분석, 각종 사업계획 수립 등 1대 1 맞춤 컨설팅을 제공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작년 2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에 가상 영업점을 선보였다. NH농협은행은 메타버스 플랫폼 ‘독도버스’에서 NH올원뱅크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세금과 부동산에 대한 최신 영상을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메타버스 시장에서 금융과 비금융 서비스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도 있다. 지난달 28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내놓은 ‘은행의 메타버스 진출과 금융·경쟁 분야 고려사항’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이 메타버스를 활용해 비금융 업무를 수행할 경우 현행 금산분리 제도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은행이 메타버스 서비스 내에서 고유 은행 업무만 가능하도록 구현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비금융 업무로 취급범위를 확장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입법 조사처는 일본의 경우처럼 우리나라도 부수 업무의 기준을 법률 차원에서 설정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빅블러 시대에 은행들이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해 사업 확대를 이끌 수 있도록 금융당국도 시대에 맞는 규제 혁신을 지원해야 한다”며 “그래야 은행들의 사업 다변화를 이끌고, 디지털 기술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