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ㆍ가스요금 동시인상…‘엎친데 덮친’ 산업계ㆍ가계
철강, 상승분 제품 가격 반영 고민
경기침체ㆍ고물가 속 원가 부담 겹쳐
가정, 여름 누진요금 적용땐 ‘폭탄’
2분기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되면서 경기침체와 고물가에 신음하는 산업계와 각 가정의 부담이 높아지게 됐다.
15일 정부가 45일가량 미뤄졌던 2분기 전기·가스요금을 인상하면서 장기 경기침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계는 부담이 가중됐다고 토로한다. 가정용은 정부가 4인 가구의 연평균 전기·가스 사용량을 놓고 인상 폭을 설명해 ‘폭탄’ 수준의 인상 폭은 아닌 듯 보이지만 이는 ‘평균의 함정’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여름과 한겨울에 에너지 사용량이 폭증하기 때문에 누진요금을 고려하면 인상 폭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 영향 제한적…비용 부담 최소화=한국전력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1년 1만8412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을 사용해 1조7461억 원을 전기요금으로 냈다. SK하이닉스는 8670억 원(9209GWh)을 냈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분 1킬로와트시(kWh)당 8원을 단순 계산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연간 전기요금은 각각 약 1470억 원, 730억 원 증가하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기료 상승은 비용 증가로 이어지겠지만,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확대 등 에너지 사용 효율 증대, 에너지 사용 절감 등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는 한전의 송·변전망 전력시설의 건설 시기 순연 등 투자 축소 결정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송·변전망 등 전력 인프라는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최근 확정된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포함돼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42년까지 짓기로 한 세계 최대 규모의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는 국가적 과제인 데다 시간이 많이 있어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직격탄… 원가 상승분 제품 가격 반영하나=철강업계는 직격탄이다. 원가 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필요가 있으나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탈탄소 시대에 맞춰 기존 고로 대신 전기로 생산 규모를 확대한 경우 전기요금이 인상되면서 원가 부담이 가중됐다. 최근 탄소배출을 저감을 위해 전기로 투자하려는 방향에서 업계의 고민이 깊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전기요금이 kWh당 8원 오르면 연간 원가 부담은 1500억 원 정도 늘어난다.
완성차 업계 또한 부품가격 안정화 대신 전력요금이 다시 부담 품목으로 떠올랐는데, 코로나19 이후 부품 가격 인상 당시만큼의 부담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특정 기간에 전기사용에 대해 한전과 계약을 맺고 차등화된 요금을 낸다”며 “기본요금이 조금 더 비싼 대신 피크타임 때 상대적으로 할인돼 전기요금을 내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장마다, 가동률마다 달라서 이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효율적으로 전력 사용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여름, 가정용 냉방비 폭탄 이슈 터질까=전기요금은 기존 kWh당 146.6원에서 154.6원으로 인상됐다. 정부는 4인 가구 기준 월 전기요금은 기존 6만3570원에서 6만6590원으로 오른다고 설명했다. 부가세 등을 포함해 3020원을 더 내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기 요금 인상과 관련해 “이번 4인 가구 기준 332kWh의 사용량 수치는 2019년을 기준으로 조사된 에너지총조사 보고서에 연도별 증가율을 가정해 나온 숫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5월보다 7, 8월에) 100kWh에서 150kWh의 전력을 더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5월 대비 7월과 8월 40%가량의 전력을 더 소모한다는 의미다. 특히 올여름에 평년보다 더욱 심한 폭염이 한반도를 덮칠 것이라는 예보까지 나와 과도한 전력 사용량 증가와 전기요금 인상이 맞물리며 ‘냉방비 폭탄’ 이슈가 터질 우려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