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보다 일본’…버핏, TSMC서 아예 손 떼

입력 2023-05-1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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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남은 지분 전량 처분
장기투자 기조와 달리 작년 1개 분기 만에 대량 매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우려한 듯
생각만큼 투자 수익 좋지 않았다는 분석도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2018년 5월 7일 방송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다. 오마하(미국)/AP연합뉴스
억만장자 투자자 워런 버핏이 올해 들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에서 아예 손을 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보유 지분을 대량 처분했던 그는 최근 나머지 지분마저 털어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버핏이 운영하는 투자사 버크셔해서웨이는 공시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TSMC 지분 전량을 1분기 매도했다고 밝혔다.

TSMC 이탈은 장기투자를 중시했던 버핏으로선 매우 이례적이다. 버핏은 지난해 3분기 TSMC 주식 41억 달러(약 5조4788억 원)어치를 매입했다. 이는 TSMC 전체 지분의 1.2%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었다. 이후 4분기 돌연 보유 지분의 86.2%를 처분했고 이번에 남은 지분까지 털어내면서 대만 대표 기업과의 짧은 인연도 정리했다.

▲TSMC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주가. 15일(현지시간) 종가 85.66달러. 출처 마켓워치
버핏이 TSMC에서 손을 뗀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 우선은 미국과 중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문제다. 이는 버핏도 몇 차례 언급한 적 있다.

그는 이달 초 연례 주주총회에서 TSMC를 거론하며 “회사 자체는 좋지만,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불안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만보다 일본에 보유한 자본에 대해 더 만족하고 있다”며 “그렇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이게 현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인터뷰에서도 “TSMC는 잘 관리된 기업이지만, 자본을 배치할 더 나은 장소가 있다”며 일본 기업들을 나열했다. 또 “지정학적 긴장은 TSMC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는 데 있어 고려사항이었다”고 설명했다.

미·중 긴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장기투자의 대명사였던 버핏이 급하게 TSMC 주식을 정리한 것은 그만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생각보다 부진한 투자실적도 버핏을 고민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증시에서 TSMC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주가는 버핏이 매입했던 지난해 3분기 한때 91.57달러에 거래됐지만, 이후 60.28달러까지 추락했다. 하락장은 공교롭게도 시진핑 3기 중국 정부가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대만 독립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당헌에 포함한 시기와 맞물린다. 주가는 새해 들어 90달러 선까지 복귀했지만, 지정학적 긴장과 버핏의 대량 매도 소식 등이 맞물리면서 현재는 80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대량 매도 사실이 공개됐던 2월 CFRA리서치의 캐시 시퍼트 애널리스트는 “이 기간 버크셔는 약 68.5달러에 매수해서 74.5달러에 매도했다”며 “버크셔는 TSMC로 약간의 이익만 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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