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3인방 체포 앞서 휴대폰‧계좌 분석하기도
"주가조작 의혹 수사한 뒤 대주주 연관성도 조사"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핵심 인물인 라덕연(42)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 등에 대한 재산동결 절차를 밟고 있다. 이들이 골프장 등 해외 부동산을 매입한 정황도 포착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속도감 있는 수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과 금융당국 합동수사팀은 라 대표를 구속한 직후인 지난 12일 라 대표 일당의 재산 2642억 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기소 전 추징보전이란 피의자를 기소하기 전 범죄 수익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동결하는 조치를 말한다. 법원이 기소 전 추징보전 명령을 인용할 경우 주가조작 일당은 해당 재산은 임의로 처분할 수 없게 된다.
검찰은 라 대표 등이 시세조종으로 2642억 원의 부당이득을 올리고, 이 가운데 절반인 1321억 원을 수수료로 챙겼다고 보고 있다. 라 대표가 골프장 등 해외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도 확인한 만큼 해외 수사기관과 공조해 범죄수익을 환수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태 투자자들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홍석현(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피해 재산을 묶어서 환수조치 하지 않으면 라 대표 등이 처벌받는다 해도 피해 회복이 안 된다”며 “몇 년간 해외 자산 등으로 빼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도 빨리 추적해서 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금융당국과 합동수사팀을 꾸린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초 사이 한국거래소·금융감독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라 대표 일당의 주가조작 혐의를 뒷받침할 주식거래 내역 및 조사 기록을 확보했다.
합동수사팀은 경찰이 라 대표 사무실 등에서 압수한 휴대전화 200여 대를 넘겨받아 통정거래에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전화번호 50여 개를 한국거래소에 분석 의뢰했다.
한국거래소는 연관된 증권계좌 250여 개의 거래 내역과 인터넷 프로토콜(IP)을 분석해 통정매매 정황이 있는 계좌 명단을 추려 검찰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명단에는 라 대표뿐만 아니라 최측근으로 꼽히는 전직 프로골퍼 안모(33) 씨와 호안에프지 대표 변모(40) 씨, 투자자 접대를 담당한 조모(42) 씨, 고액 투자자를 모집한 병원장 주모 씨의 이름도 담겼다. 소환조사 없이 라 대표 일당 3명을 체포해 구속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대형 금융사기 사건은 속도가 관건”이라며 “기소되기 전까지는 속도전을 유지하고, 이후에는 공소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본시장법 사건이다 보니 다양한 쟁점이 많고 재판부도 사건을 정확히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주주와의 연관성 입증이다.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은 주가폭락 직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폭락할 것을 사전에 알았다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김정철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거래 정황을 봤을 때 충분히 의심이 가는 상황이고, 진술자들을 여러명 조사했기 때문에 관련 자료를 어느정도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라덕연 일당의 주가조작에 우선 집중하고, 이후 대주주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