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35층 룰’ 폐지 등 아파트 높이규제가 크게 완화한 가운데 층수 상향을 두고 주요 정비사업 조합 내에서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초고층 등 특화 설계를 적용하면 지역 내 랜드마크로써 입지가 굳혀질 수 있지만, 사업 기간이나 공사비가 증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현재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자문방식 신청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징구하고 있다. 1월 도입된 신통기획 자문방식은 주민이 제안한 정비계획을 서울시 전문 태스크포스(TF)와 함께 조정안을 마련해 구역지정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는 방식이다.
잠실주공5단지 조합에 따르면 현재 신통기획을 신청할 수 있는 주민 동의율 30%를 넘겼다. 조합은 이번 주까지 주민동의서 징구 절차를 마무리하고 송파구에 기획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잠실주공5단지는 서울시 2030 도시계획 적용에 따라 최고 50층까지 높이는 정비계획안이 통과된 상태다. 조합은 이번에 신통기획으로 전환해 준주거지역에 최고 70층으로 올리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시는 최근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에 창의적·혁신적 디자인을 반영하면 최고 70층으로 조성할 수 있는 신통기획안을 공개한 바 있다.
이처럼 아파트 높이규제가 완화하자 서울 곳곳에서 층수를 올리려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여의도에서는 시범 아파트가 지난해 11월 최고 65층으로 짓는 신통기획안을 확정했다. 한양 아파트도 1월 신통기획안 확정에 따라 최고 54층으로 지어진다. 대교 아파트 역시 신통기획 자문방식을 통해 용도지역을 상향해 최대 59층으로 조성한다.
그러나 반대로 오히려 층수를 낮추는 단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공사비도 크게 증가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조합은 16일 총회를 열고 ‘서울시 35층 층수제한 폐지에 따른 설계변경 진행’에 관해 표결했다. 그 결과 최고 49층으로 짓는 설계안을 반대하는 표가 1297표로, 찬성 634표보다 더 많아 부결됐다. 이에 조합은 기존 계획대로 최고 35층으로 사업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현재 이주를 마치고, 철거가 진행된 상황이다. 조합은 사업이 상당히 진전된 상황에서 다시 되돌리기에는 손실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조합 측에 따르면 사업을 바꾸게 되면 △층수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가 1500억 원 △인허가 비용 300억 원 △이주비 금융비용 400억 원 등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공사 기간도 7개월 늘어난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역시 일부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초고층 설계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이곳에 용적률 299.5%를 적용해 지상 최고 49층, 2050가구로 짓는 신통기획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반대 측에선 임대 가구가 기존 127가구에서 254가구로 2배가 늘어 오히려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게 된다고 주장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높이규제가 완화하면서 초고층 설계안도 속속 통과하고 있고, 이에 사업을 바꾸는 곳들도 등장하고 있다”며 “다만 신통기획 등은 그만큼 공공기여 물량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사업성 계산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