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중국까지...부채에 허덕이는 세계경제

입력 2023-05-22 15:46수정 2023-05-2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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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룽장성 허강시, 빚더미에 곳곳 아우성
골드만삭스 “중국 총부채 규모 23조 달러”
중국 지방정부 3분의 2, 부채비율 120% 넘어

▲중국 지방정부 부채비율. 단위 %. 출처 블룸버그
세계 경제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이 빚더미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부채한도 상향을 두고 미국 정부와 의회가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 지방정부 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부채에 짓눌린 세계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경 근처 중국 북동부 헤이룽장성 허강시의 부채 규모가 18개월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방정부가 난방비 지원을 줄이면서 주민들은 혹한을 보냈다. 택시 기사들은 ‘교통 딱지’를 떼이는 일이 늘어났다고 아우성이다. 당국이 세수를 늘리려고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립학교 교사들은 언제 해고 통지를 받을지 모른다며 두려움에 떨고 있고 환경미화원들은 두 달째 월급 한 푼 만져보지 못했다.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난은 주 수입원이던 기존 산업이 낙후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여파로 악화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엄격한 방역 정책에 따라 집단검사와 격리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반면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토지 판매 세입은 감소한 것이다. 허강시는 2020년 55억7000억 위안 규모의 부채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했고, 2021년에는 그 규모가 300억 위안까지 급증했다. 스탠포드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진오이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은 부채를 상환하기 위한 자원과 기회가 있지만 허강시 같은 덜 발달된 곳은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허강시의 처지는 중국 지방정부 부채 문제 중 빙산의 일각이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의 총부채 규모를 23조 달러(약 3경264조 원)로 추산했다. 중국의 31개 성·시·자치구 가운데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120%를 넘어서는 경우가 3분의 2에 달한다. 대부분의 지방정부가 부채 위기 위험에 내몰려 있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매크로폴로는 “중국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경제성장과 세수를 지탱할 생산 인구가 부족하다”며 “많은 도시가 수년 내 허강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 지방채는 중앙정부가 지급을 보증한다는 점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경제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력을 간과하기는 힘들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인 티안레이 황은 중국 지방정부 부채 문제에 대해 “실물 경제의 문제가 금융 부문으로 전이되고 있다”며 “이는 결국 금융 안정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사회 전체 불안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은 2035년까지 세입을 두 배 이상 늘려 빈부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가뜩이나 재정 상황이 어려운 지방정부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하면서 양극화도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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