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타개 위한 전사적 비용 효율화"
복리후생비는 증가…임직원 복지 예년수준 유지
메모리 부진으로 국내 반도체 업계 매출이 급감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비용 절감에 나서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양사는 지난 1분기 광고선전비, 판매촉진비 등 마케팅 비용과 소모품비 등을 일제히 삭감해 상대적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줄였다. 다만 복리후생비만큼은 도리어 증가해 불황 속에서도 임직원 복지에는 힘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각 사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는 각각 1조1453억 원, 1조6729억 원으로 전년 동기 1조4677억 원, 1조8233억 원 대비 22%, 8% 감소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광고선전비가 167억 원에서 129억 원으로 22% 감소했으며, 판매촉진비의 경우 530억 원에서 292억 원으로 44%나 줄었다. 특히 소모품비의 경우 290억에서 159억으로 거의 절반가량 삭감됐다.
경기 불황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들면 기업들은 기업이나 제품과 관련된 마케팅 비용이나 각종 행사 비용 등을 줄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각종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면서 경영 효율화를 이루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다만 불황 속에서도 임직원을 위해 지출하는 복리후생비는 도리어 늘었다. 복리후생비는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 등의 보수를 제외하고, 근로자의 복지와 후생 등을 위해 지급되는 경비를 의미한다.
삼성전자의 복리후생비는 지난해 1분기 1조4019억 원에서 올 1분기 1조5412억 원으로 10% 늘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역시 복리후생비가 488억 원에서 591억 원으로 21%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사기 진작과 조기 퇴사를 방지하기 위해 오히려 복리후생비를 늘린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보다 먼저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다운턴 TF’ 시행 발표 당시 구성원과 관련한 다운그레이드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회사는 임원·리더 비용 절감으로 전사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겠다면서 구성원 육성과 가족친화 프로그램 등을 위한 예산은 예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마케팅 지출 등을 줄여 비용을 효율화하고 있는 것이 맞다”며 “복리후생비의 경우 인력이 증가한 데다 각종 보험료율이나 식당, 통근 버스 경비, 개인연금 지원비 등이 오르면서 오히려 늘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업황 부진 영향에 따른 비용 효율화가 맞다”며 “지난해에 대비해 임금 인상, 키파운드리 인수에 따른 구성원 수 증가로 건강보험료 비용 등이 증가하면서 복리후생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