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 돌풍에 통관서 지체…관세청 "물량 급증 탓"
“직구, 형이 싹 바꿔줄게”…한국에 1000억 원 투자 계획
알리익스프레스 "원활한 통관 위해 당국과 협력 중"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매한 상품 배송이 평소보다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에서 마약 밀수로 인한 통관 검사 강화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으나, 본지 취재 결과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직접구매(직구) 물량이 최근 급증해 통관 작업이 지체된 것이 원인으로 확인됐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리바바그룹 산하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물건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배송 지연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2주 정도면 오는 일반 배송 상품은 최대 한 달까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5일 배송 역시 기간 내에 딱 맞춰오거나 배송 시점을 넘어서는 경우도 잇따랐다.
알리익스프레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배송 지연 글들이 4월 초부터 급증했다. 네이버 카페와 모 자동차 카페에도 알리익스프레스의 배송이 많이 느려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 소비자는 “4월 말 주문했는데 아직 도착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평소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쇼핑을 하는 소비자 박모(33) 씨는 “4월부터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주문하는 제품 배송이 평소보다 느려졌다”며 “통관에서 멈춰 진행되지 않은 것이 공통적인 현상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커뮤니티와 네이버 카페에는 ‘주문한 물건이 한국 평택 세관에 묶여있다’, ‘세관에서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 등의 글들이 게시됐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최근 불거진 마약 밀수 등으로 통관 검사가 강화됐기 때문이란 의견들이 나왔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마약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직구 상품 통관 지연은 주문 물량 증가때문이라는 것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국내에서 알리익스프레스 직구 물량이 계속 늘고 있다”며 “알리바바 물건은 주로 평택 (세관)을 통과해 왔는데 물량이 늘어난 탓에 평택도 한계가 있어서 인천(세관)까지 물건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문 물량이 늘면서 통관이 지연되는 것이며 마약과는 큰 상관이 없다”고 했다.
이처럼 알리익스프레스 직구 물량이 최근 가파르게 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건, 한국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라는 분석이다. 올해 3월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에 1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간편결제와 5일 무료배송, 현지 고객센터 등을 앞세워 직구시장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직구, 형이 싹 바꿔줄게”라는 문구로 배우 마동석을 광고 모델에 발탁했고, 큐레이션 서비스 ‘초이스’와 ‘타오바오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돌풍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알리익스프레스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290만 명이었다. 2021년 1월 127만 명과 비교하면 2년 새 128% 성장한 셈이다. 현재 마케팅과 물류 등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유통업계는 올해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한국 소비자들에게서 휴대폰 악세사리, 여성 의류, 소형 가전 등 특정 품목들에 대한 수요가 급등한 것을 확인했다”며 “(배송 지연의 경우)원활한 통관을 위해 관계 당국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