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호 재개에 분주했던 게임업체…"신작출시 미뤄질라" 전전긍긍
중국 정부가 최근 국내 포털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 한국 연예인과 운동선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 ‘한한령 부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중국 정부가 약 6년 만에 국내 게임에 대해 외자판호를 발급하면서 한한령 이후 사실상 막혀 있던 중국 진출 길이 일부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삐걱대는 정치·외교에 또 다시 중국 정부가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판호를 발급받은 게임 위주로 현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초 판호 발급을 받은 게임사들은 현지에서 사전예약을 진행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고, 구체적인 테스트와 서비스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한한령 조짐이 게임 출시에 악영향일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판호 발급이 취소되는 일은 극히 드물지만 어떠한 상황도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과거에도 판호를 받아 출시를 앞두고 있던 게임이 미뤄진 사례가 있는 만큼 현재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 게임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총 10종의 게임이 판호를 발급받은 바 있다. 2017년 이후 3년간 판호 발급이 아예 없었고 2020년 1건, 2021년 2건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조치였다. 당시에는 대규모로 외자 판호를 발급받으면서 중국 정부의 한국게임 인식이 개선돼 한한령이 해제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마저 감돌았다.
하지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갖고, G7 정상회의에도 참석하며 중국을 배제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중국 정부에서 한한령을 재개해 보복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한령 조짐이 보이면서 게임업체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꺾였다.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중국 게임시장 규모는 448억2000만 달러(약 59조4223억 원) 규모다. 한국의 167억3400만 달러보다 2.6배 가량 크다. 1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게임사들은 중국 진출을 통해 실적 개선을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한한령 강화 움직임에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판호를 발급받은 넥슨게임즈, 데브시스터즈, 넷마블, 컴투스 등은 최근 일주일새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며 타격을 받는 모습이다 .
전문가들은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제기하고 있다. 콜래트럴 데미지란 ‘부수적 피해’를 뜻하는 말로 정치적인 문제가 경제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뜻한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이 게임업계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판호 발급 사례를 보면 비정기적으로 발표할 정도로 정해진 기간 없이 중국 정부의 뜻에 따라 무의미한 기다림을 반복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한한령 움직임이 다시 나오고 있는데 이 기조가 하반기까지 이어질지, 또 판호 발급은 어느 정도 규모가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