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ING은행은 한국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나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연중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냈다.
ING는 “올해 부동산 시장 하락 속도가 지난해 하반기 대비 완만하겠으나 침체 기조 자체는 올해 내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며 “한국 부동산 시장은 주택 담보 대출 금리가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던 지난해부터 이미 급락했다. 높은 차입비용과 더 높아진 대출 문턱, 부동산 시장에 대해 엄격해진 세제 시스템과 규제 조치를 비롯한 여러 가지 요인으로 부동산 시장이 전례 없는 폭락을 경험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한 “지난 몇 년간 한국 부동산 시장의 가격변동폭이 극심했다. 2020년과 2021년 사이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가 지난해 폭락한 이후, 하락 장이 유지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은 일반적으로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지만, 이러한 급격한 가격 변동이 발생한 주요 원인은 주택 수급불균형과 신용여건”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 기간 주택 수요가 급증한 원인에 대해서는 △주택 구매자에게 유리한 금융환경 △경기대응형 부동산 정책 등을 꼽았다. ING는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 지원과 재정정책 완화로 낮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형성됐고, 시장 내 유동성이 풍부해졌으며, 이것이 실수요자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줬다”며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20년 초부터 약 1년 반에 이르는 기간 동안 과거 수준과 비교했을 때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시중 은행들도 코로나 봉쇄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대출 조건을 완화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 정부는 집값 안정을 목표로 임대목적 부동산 매매와 같은 투자 행위를 제한하고 다주택자에게 중과세를 하는 등 정권 초기부터 부동산 시장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으나 이는 되려 수요를 자극했다”며 “정부의 더욱 강력한 시장개입으로 주택가격이 더 상승하기 전에 ‘내 집 마련’을 서두르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한 예비 매수자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몰려들었고, 이에 ‘영끌’로 대변되는 집단적 패닉바잉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 부동산 시장 약세를 나타내는 징후로는 △단기적으로 과잉공급된 주택 △신규 주택 착공 건수 급감 △전세시장 내림세 등을 들었다.
ING는 “다른 시장지표등 중에서도 주택 공급과잉이 주택시장을 지속적인 침체로 이끌었다. 지난 한 해 동안 미분양 주택 수는 크게 증가했으며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라며 “지난 몇 달간 미분양 주택 수가 소폭 감소한 것은 개발업체들이 미분양 주택 중 일부를 임대주택으로 전환했을 뿐이므로 유의미한 변화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부동산 시장이 악화하면서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신규 개발사업을 보류 중인데 이 때문에 신규 주택 착공 건수가 허가 건수보다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며 “건설 경기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미분양 물량이 소진돼야 하는데, 현재 잔여 물량이 남아있는 만큼 당분간은 부동산 시장 약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 “부동산 시장 전망의 대표적인 선행지표인 전세 시장은 여전히 내림세를 보인다. 최근 ‘전세 사기 사태’ 등을 고려하면 전세가격은 당분간 약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2년 전 집값 급등기에 계약했던 전세 재계약 기간이 앞으로 도래하면서 전세금 반환 문제 등 전세 시장에 대한 약세 요인이 지속할 것”이라고 짚었다.
강민주 ING은행 서울지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까지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하겠으나 2~3년 내 다시 부동산 시장이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최근 주택 허가 및 착공 건수의 급격한 감소는 신규 주택 공급 감소로 이어질 것이며 이에 따라 대부분 미분양 물량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요 측면에서는 경제성장이나 전반적인 금융환경과 같은 거시적 여건이 점차 정상화할 것이라고 ING는 전망했다. 또한, 가구 구성원 변화, 주택 소유 비율, 주택 보급률 등 시장 지표는 여전히 주택 수요가 반등할 것임을 보여준다고도 해석했다. 강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지표들을 근거로 부동산 시장이 몇 년 후 다시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수도권과 같이 실수요 대비 택지 부족으로 신규 주택 공급이 붖고한 지역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이 더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