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가 주변 원룸에서 살던 자취생 A씨는 집주인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집주인이 임대 계약을 다시 하는 과정에서 20만 원 오른 월 60만 원의 월세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40만 원, 관리비 7만 원을 내고 살던 A씨는 한꺼번에 오른 월세 탓에 A씨는 살았던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대학가 원룸을 중심으로 월세가 오르면서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월세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상승률을 5%로 제한하는 규제와 임대차 신고제 등을 피하기 위해 월세 대신 관리비를 올려 받는 꼼수까지 성행하면서 월세 세입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인근에서 만난 자취생 이모 씨는 “45만 원 정도 내던 자취 방을 다시 계약하게 되면서 월세가 5만 원 정도 올랐다”면서 “전세 사기 문제 때문에 혹시 내가 당할까 걱정스러워 전세로 옮기는 것은 꺼려진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돈을 올려 살더라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월세를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촌 인근 A 공인중개사는 “대학가에 학생들이 돌아오고 전세보다는 월세가 선호됨에 따라 원룸 매물이 귀해졌다”면서 “물가가 오르는 만큼 그에 맞춰 보통 5~10만 원 수준에서 월세가 올랐다”고 귀띔했다.
이는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가 보증금 1000만 원 기준 평균 59만6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3월(51만7000원) 대비 15.1% 오른 수치다.
문제는 집주인의 온갖 꼼수에 사정이 어려운 세입자는 월세를 그대로 올려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계약 갱신 시 월세를 한 번에 5% 이상 올릴 수 없다. 다만 계약 갱신이 아닌 새로 계약을 체결하면 상한선과 상관없이 임대인과 임차인 간 합의로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 새로운 계약이 아니더라도 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월세 대신 관리비를 올리는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5% 상한 규제를 피하면서도 임대 소득은 줄여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집주인들은 돈을 올려 받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법망을 빠져 나가고 있다. 원룸 매물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전세사기 우려에 월세로 수요가 몰리면, 전세로 갈 목돈이 없는 기존 세입자는 오른 월세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공인중개사 B씨는 “세금을 줄이고 돈을 더 받으려는 집주인들이 관리비를 올려 사실상 월세를 더 받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 “고령의 집주인 중 임대료 증액 5% 상한선이 있다는 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일부 집주인은 상한선 이상으로 월세를 올려 달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 간의 합의가 있으면 새로운 계약으로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학가 원룸촌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대문구에 위치한 경희대 주변 일대 원룸 가격도 5~10만 원 상승하는 추세다. 이 곳에서도 마찬가지로 집주인들이 관리비 형태로 올려 받는 방식으로 월세를 더 받는다는 일이 빈번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희대 인근 공인중개사 C씨는 “5~10만 원 내외로 월세를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관리비로 올리는 방식으로 꽤 된다”면서 “최근 전세 사기 사건 이후 전세를 기피하고 월세를 찾는 수요자들이 많아져 가격이 더 올라간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