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과정 없어도 특정범죄 실현하려는 의사만 결합되면 공모공동정범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이득액 50억 이상이면 무기징역도 가능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조작 사태 주요 쟁점으로 공범의 범위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세조종 공범은 가담 정도에 따라 공동정범, 공모공동정범, 종범 등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이를 가르기는 모호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이번 주가 조작 사태가 전무후무한 만큼 처벌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무기징역 등 처벌 수위가 높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9년에 발간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및 기업공시 판례 분석’에 따르면 시세조종 가담자 유형은 공동정범, 공모공동정범, 종범 등으로 분류된다.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해 죄를 범하는 것’으로 행위자 간의 의사 연락, 공동실행 사실 등 요건을 갖추면 인정된다. 공모공동정범은 범죄 공모에 참여했으나 범죄 실행을 담당하지 않은 경우에도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종범은 방조죄로 정범을 도와 범죄 실행 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뜻한다.
이번 주가 조작 사태 관련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집단 소송 등을 준비하는 등 피해 보상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피해자와 공범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가 조작 행위에 직접 관여했는지, 주가 조작 세력의 불법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에 따라 주가조작 가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판례분석에 따르면 주가 조작 범행을 인식하면서 그들에게 계좌를 제공하는 등 범행을 용이하게 한 것은 범죄를 방조한 것으로 인정된다.
또한,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어도, 특정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이루어진다면 공모공동정범 요건에 해당한다. 또한, 시세조종 사실을 인지한 상태로 시세조종 세력과 연락하거나 거래 등이 있어도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
더불어 주가 조작의 의도를 인지하면서 주식거래를 위한 아이디 혹은 패스워드를 넘겨준 경우에도 시세조종행위에 대한 공동정범의 책임을 지게 한 판례도 있다.
주가 조작 사태 피해자 집단 소송 상담을 진행 중인 양태정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주가 조작 세력이 어디까지 연루되는지가 파악돼야 누구를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청구할지가 정해질 것 같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통정 거래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은 일반인이라면 다 알 수 있었을 텐데, 이 통정거래에 어디까지 가담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전혀 모르고 단순히 일임해서 관리해준다고 해서 계좌를 맡긴 사람이 있을 것이고, 통정거래를 짜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일종의 공모 관계가 될 것”이라며 “그 이상 관여했거나 통정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일 것 같다. 주가 조작 세력과 밀접하게 연락했거나, 휴대폰 또는 신분증까지 맡겼던 경우는 가담 혐의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성희활 인하대 교수는 “모든 피해자가 가담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주가조작 세력과 가까운 사람일수록 공범일 가능성이 크고, 개인 친분 없이 주변인 말만 듣고 들어간 사람들은 피해자일 수 있다”면서도 “어느 정도까지 공모공동정범으로 묶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주가 조작 사태가 전무후무한 주가 조작 사례이며, 피해 규모도 큰 만큼 그 처벌 수위도 높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를 통한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다.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며 벌금형은 불공정거래로 얻은 이익의 3~5배로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형량의 기준이 되는 부당이득 산정이 난관이다. 부당이득임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실제 처벌 수위가 미약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성희활 교수는 “주가조작 최후의 관문이 부당이득이 얼마냐는 것인데 이게 정말 골치가 아픈 일”이라며 “검찰이 피고의 행위가 직접적으로 주가 변화에 연관됐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주가 조종 기간이 길수록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치니 까다롭다. 부당이득을 입증하는 게 최후의 배틀그라운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 25일 차액결제거래(CFD) 활용 주가조작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유사한 대량 매도 혐의자를 파악해 검찰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측은 “대량매도 행위에 대해 미공개 정보 이용혐의 등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한, 교보증권 CFD 담당 임원의 위법·부당행위 정황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CFD 담당 임원이 백투백 거래상대방인 외국 증권사로부터 CFD 업무와 관련해 증권사로 가야할 마케팅 대금을 국내 CFD 매매시스템 개발업체로 송금토록 한 업무상 배임 정황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외에도 외국 증권사가 상기 시스템 개발업체에 거액의 수수료를 지급한 사례가 확인돼 지급 경위 등을 파악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