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에서는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환자가 응급실을 찾던 중 사망했다. 같은 달 5일 어린이날엔 고열에 시달리던 5세 어린이가 입원 병상이 없어 귀가했다 다음날 사망했고, 지난 3월 대구에선 10대 청소년이 추락사고로 다친 뒤 병원 이송 중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응급환자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죽음에 이르는 ‘구급차 뺑뺑이’ 사고 등이 최근까지도 끊이지 않자, 의료공백을 메울 대안인 ‘공공의대 설치법’에도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국회에서 ‘의사수 부족 현장 사례발표 및 공공의대 설치법’ 공청회를 열었다. 공공의대 설립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인 강 의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유관기관과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이르면 6월 중 ‘공공의과대학 및 공공의학전문대학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강 의원이 준비하고 있는 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의과대학 및 공공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게 핵심이다. 필요한 경우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공공의대 또는 공공의전원을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에 남아있을 공공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을 선발할 때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균형인재 선발 의무비율을 2배로 해 선발하도록 하고, 공공의대 졸업 후 의사가 되면 지정 공공의료 기관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해야 한다.
정의당 관계자는 “단순히 의대 정원만 늘리게 되면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료 서비스의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소해나가기 위해서는 지역에 남을 의사를 길러내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고, 강 의원이 준비 중인 법안과 기존 발의된 법안과의 차이점도 거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의된 법안들을 보면 지역 의대 유치를 하면서 의대 정원을 늘리자는 식인데, 지역 불균형이 해소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공의대 설치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의사 수 확대와 동시에 지역 간 의료 서비스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으로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화두에 오를 때마다 좌초 위기에 놓였을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는 지역 의대 유치전에 소모되다 논의가 중단되는 일이 반복됐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 대부분이 특정 지역 국립대에 의과대학을 설치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경남 창원시성산구)이 발의한 ‘국립창원대학교 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특별법’이나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전남 여수시을)이 발의한 ‘국립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설치 및 대학병원 설립을 위한 특별법’ 등이 대표적이다.
공공의대 설립이 추진되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지점도 있다.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의료 서비스의 공적인 성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찾아야 하는 문제 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필수 중증의료가 아닌 피부, 미용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의료취약지역을 넘어 수도권에서까지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공공보건의료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대안 마련은 시급한 상황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날 공청회에 참석해 “지난 17년간, 의대 정원은 전혀 늘어나지 않았고, 역대 정부가 정원을 확대하려 해도, 일부 의료 단체들은 국민의 건강권을 볼모 삼은 채 반대로 일관했다”며 “해답은 ‘의사 수 확대와 지역 공공의대 추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공공의료를 복원하고 지역 필수 인력을 확충할 국립의전원 설치, 광역시도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공공 병원이 신속 대응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센터, 심뇌혈관센터, 감염병센터 설치를 의무화해야만 한다”며 “정부 또한 일부 의료 단체의 이권만을 대변하는 비정상적인 의정협의체에만 논의를 맡기지 말고, 결단에 나서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