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Xㆍ후오비 재빨리 홍콩 진출…바이낸스ㆍ코인베이스는 아직
“홍콩 내 규제 확인할 시간 필요…하반기엔 움직임 있을 것”
홍콩이 전날 가상자산 시장에 다시 문을 열었지만, 대형 거래소의 라이선스 신청이나 발급 소식 없이 비교적 조용한 첫날을 보냈다. 일각에서는 높은 규제 문턱으로 인해 거래소들이 홍콩 진출을 주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홍콩 현지에서 개인 투자자를 상대로 한 가상자산 사업자(VASP) 라이선스를 획득한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은 가상자산 시장 개방을 위해 규제를 정비하고, 1일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전날인 1일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라이선스 신청서 접수를 시작한 바 있다.
앞서 홍콩 SFC는 지난달 23일 ‘가상자산 거래사업자 라이선스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라이선스 미취득 기업의 영업 금지 △홍콩 개인 투자자에 대한 거래 허용 △국제 자금세탁방지기구(FAFT) 기준에 맞는 자금세탁방지(AML) 및 테러자금조달방지(CFT) 시스템 구축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한, 홍콩 당국은 상장 코인에 대한 조건도 제시했다. 홍콩 거래소에 상장되는 코인은 이전에 최소 1년 이상의 거래 기록이 있어야 하고, 당국이 인정하는 2가지 이상의 주요 가상자산 지수(Index)에 포함돼야 한다. 더불어 거래소는 개인 투자자에 선물이나 파생상품을 제공할 수 없고, 스테이킹과 마진 서비스 제공 역시 불가능하다.
새로운 규제 도입을 하루 앞뒀던 지난달 31일 줄리아 렁 홍콩 SFC 위원장은 “가이드라인이 시장 기대에 부합하며 자산의 안전한 보관, 고객 자산 분리, 이해 상충 방지 등 투자자 보호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홍콩 금융당국이 까다로운 거래소 라이선스 발급 요건과 상장 요건을 제시한 이유를 옅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까지 ‘후오비 홍콩’과 ‘OKX’, 미국 기반의 거래소 ‘비트마트’, 홍콩 기반의 거래소 ‘OSL’, 블록체인 VC 해시키그룹의 거래소 플랫폼 ‘해시키 프로’ 등이 개인 투자자 거래에 대한 라이선스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OSL과 해시키 프로의 경우는 홍콩 기관 및 적격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VASP 라이선스를 취득한 바 있지만, 새로운 규제에 따르면 소매 시장을 위한 라이선스는 따로 취득해야 한다.
후오비 홍콩은 지난달 26일 비트코인, 이더리움, 트론, 후오비 코인의 거래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OKX 역시 올해 초 이미 홍콩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고, 지난달 25일에는 앱 업데이트와 함께 홍콩 현지에서 거래가 가능한 16개 코인을 발표하며 소매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미국의 거래소 비트마트도 2018년부터 운영해 온 비트마트 홍콩을 통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8개 가상자산 현물 거래 지원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거래소는 규제 당국이 허용한 유예 기간 동안 거래소를 운영하며 라이선스를 발급받을 계획이다.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은 기업은 홍콩 내 영업이 금지되지만, 1일 이전부터 홍콩에서 운영 중이었던 사업자는 홍콩 현지 등록 여부 등 몇 가지 조건에 따라 1년의 유예 기간 동안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 이들 사업자는 내년 2월 말 일까지 라이선스 신청 및 같은 해 5월 말 일까지 라이선스를 발급받아야 한다.
몇몇 글로벌 거래소가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까다로운 라이선스 요건과 상장 요건 등으로 인해 진입장벽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글로벌 대형 거래소의 라이선스 신청 소식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벌써 홍콩 진출을 포기한 기업도 나왔다. 1일(현지시각) 가상자산 1인 미디어 우블록체인은 리린 후오비 전 창업자의 ‘뉴후오’가 홍콩과 싱가포르에서의 라이선스 신청을 철회했다는 소식 전했다. 미디어는 뉴후오의 라이선스 철회를 두고 “어떤 이들은 홍콩과 싱가포르 진출이 수익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블룸버그 통신 역시 “홍콩이 디지털 금융 허브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싶어하지만, 기업들은 비용과 규제를 우려하고 있다”라면서 글로벌 거래소들이 홍콩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진출을 주저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홍콩의 개방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는 홍콩 시장에 대해 “미국이나 국내는 규제 불확실성 문제가 있지만, 홍콩은 그렇지 않고, 또한 영어권과 화교계 자본이 만나는 지점이라 경쟁력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OKX, 후오비 등이 홍콩으로 거점을 옮겼다”면서 “이들의 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게 확인되면 하반기엔 더욱 적극적으로 많은 거래소가 움직임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 센터장 역시 “홍콩은 1일부터 거래소 등록 신청을 받기 시작했고, 승인까지는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소매 투자자의 자금이 시장에 유입되는 시점은 1일이 될 수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