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붕괴될지 몰라"…금가고 무너지는 종로 충신1구역 가보니 [르포]

입력 2023-06-06 07:00수정 2023-06-0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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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충신동 일대 비좁은 골목길 모습. (문현호 기자 m2h@)

종로구 충신동 충신1구역. 한양도성 낙산 성곽길 아래 자리한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곳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낡고 열악한 환경의 주택들이 즐비했다. 워낙 비좁은 골목이 많은 탓에 한 번 길을 잘못 들면 못 빠져나온다고 해서 ‘미로 골목’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과거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시절 도시재생 사업 지역으로 선정돼 주거환경 개선 작업이 이뤄진 충신1구역의 현재 모습은 ‘도시재생’이라는 말이 무색해 보였다. 대부분 60대 이상인 이곳 주민들이 건물 곳곳에 금이 가고 담이 무너져 있는 등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인근 주민들은 “세금 들여 벽화 칠만 하고 간간이 계단만 만들어 놓고는 무슨 도시재생이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충신동 일대 철제 구조물이 노후한 주택을 지탱하고 있다. (문현호 기자 m2h@)

기자가 폭 1m 조금 넘는 비좁은 길을 올라가자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3층짜리 주택을 철제구조물이 임시방편으로 위태롭게 떠받치고 있었다. 발길을 돌리자 사람이 떠난 지 오래돼 보이는 폐가들이 온갖 쓰레기와 함께 흉물스럽게 방치된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다른 건물 한편에는 ‘재난 위험 공가 시설’이라는 문구로 붕괴 및 낙하 등으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접근을 삼가라는 경고문도 붙어있었다.

이 지역에서 사는 주민 A씨는 “이 동네는 차가 못 들어와 집을 고치려면 사람이 직접 짐을 싸 들고 와야 한다”며 “알아서 고쳐 써야 하는데 워낙 집들이 붙어있다 보니 다른 집들이 무너질까 봐 수리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살다가 강한 태풍이나 지진이라도 나면 혹시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20대 때부터 이곳에 살았다는 70대 주민 B씨도 불편함을 호소했다. B씨는 “워낙 좁은 골목길이 많아 차는 물론 사람도 올라오기 힘든 곳”이라며 “그나마 있는 도로도 일방통행이다. 아프거나 불이라도 나면 어쩔거냐. 하루라도 빨리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오래전 난개발로 막 지어진 탓에 정화조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집이 많아 오물들이 하수구로 그대로 흘러간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몇몇 하수구 안을 들여다보니 온갖 오물들이 뒤섞여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서울 종로구 충신동 일대 노후 주택들 사이로 쓰레기 더미가 놓여있다. (문현호 기자 m2h@)

이에 충신1구역 주민들 대부분은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재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민 C씨는 “이 일대는 값싼 방값에 소득이 적은 세입자들이 많이 살고 있어 어쩌나 싶기도 하지만 안전을 생각하면 개발을 통해 빨리 바꿔 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일대를 재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2005년 처음 주택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종로 충신동 충신1구역은 이듬해 조합을 설립했다. 2016년에 현대건설로 시공사 선정까지 마치면서 재개발 사업이 순항하는 듯 했지만 2017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지정을 위해 재개발 정비구역을 직권 해제하면서 사업이 가로막혔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서울시가 민간정비사업지원 정책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본격화하고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면서 다시 재개발 추진의 길이 열린 것이다.

이에 추진위원회는 신통기획에 참여해 재개발 추진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충신1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는 신통기획 요건에 필요한 주민들의 동의 절차를 진행했고 1일 기준 40%를 넘겼다고 밝혔다.

장재성 충신1구역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신속통합기획 주민동의 요건인 30%를 넘겨 현재 40% 이상 동의를 받았다”며 “이번 기회에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1구역뿐 아니라 아랫동네라고 불리는 충신 2구역까지 함께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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