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 잔뼈 굵은 인물..."현실적‧실무적 감각 뛰어나"
'천안함 자폭' '푸틴, 전쟁범죄자 아냐' 과거 발언 논란
당내서도 편중되고 부적절한 인물 비판 터져나와
더불어민주당 내 혁신기구를 이끌 수장에 사단법인 ‘다른백년’ 이래경 명예 이사장이 5일 선임됐다. 민주당은 중소기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 이사장을 통해 현실적이고 실무적인 혁신기구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이사장 임명 직후 소속 의원들로부터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 데다 그의 과거 발언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인사 적절성 문제가 불거졌다.
이재명 대표는 5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혁신기구를 이끌 책임자로 이 이사장을 모시기로 했다”며 “새로운 혁신기구의 명칭, 역할 등에 대한 모든 것을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도부는 혁신기구가 마련한 혁신안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명예이사장이자 주권자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 위원장은 진보 원로 인사이다. 그는 친명(친이재명)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과거 이 대표를 지지했던 행적 때문이다.
2019년 이 위원장은 이 대표가 친형 강제진단 사건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던 당시 ‘경기도지사 이재명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에도 이름을 올렸고, 페이스북에도 이 대표를 지지하는 글을 여러 차례 올린 바 있다.
그는 정치인보다는 기업가라고 할 수 있다. 이 위원장은 민주기업가 회의 회장, 한반도재단 이사 및 운영위원장, 사단법인 일촌공동체 설립자 및 명예회장,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또 철도 등 수송용 운송장비 도매업, 독일 호이트그룹의 합자 법인인 호이트한국 대표이사를 거친 이력이 있다.
1954년생인 그는 서울대 공과대학 금속공학부를 나와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발기인으로 초대 상임위원을 지냈다. 서울대 73학번인 그는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대학 시절 두 차례 제적되고 1996년 명예졸업했다.
김근태계 인사로도 분류되는 이 이사장은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2014년 신당 새정치연합을 창당할 당시 참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 외부 인사들로부터 이 위원장을 추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후 “이 대표께서 여러 당 외부 인사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며 “최종 선택은 이 대표가 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성공한 기업인이자 사회적 책임과 같은 부분도 놓치지 않고, 수십년간 꾸준히 우리 공동체를 위한 활동을 해온 분”이라며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꾸준히 활동해온 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방향, 우리 정당의 방향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 선임이 발표되자마자 당내에선 반발이 터져 나왔다. 위원장 선임 과정에서 의견 수렴 절차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이 대표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친명 인사가 당 혁신위원장을 맡는 것은 쇄신, 혁신을 위한 인선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자폭된 천안함 사건은 조작됐다’, ‘푸틴은 전쟁 범죄자가 아니다’ 등의 과거 발언 논란도 커졌다.
이상민 의원은 인선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위를 둔다는 건 이 대표 체제의 결함과 한계를 극복한다는 것”이라면서 “이래경이란 분은 당내 논의도 전혀 안됐고, 검증도 안됐고, 오히려 이 대표 쪽에 기울어 있는 분이라니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겠다”고 비판했다.
홍영표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 내정을 철회하라”며 “지나치게 편중되고, 과격한 언행과 음모론 주장 등으로 논란이 됐던 인물은 위원장에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위원장 임명은 오히려 혁신 동력을 떨어뜨리고, 당내 또 다른 리스크를 추가할 뿐”이라며 “재창당 의지로 당내 혁신과 쇄신을 추진해야 한다. 어쩌면 혁신위원회가 민주당의 마지막 기대일 수 있다. 편중 인사가 아닌 전문성, 중립성, 민주성, 통합조정능력을 가진 인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 위원장의 과거 발언 논란과 관련해선 “그 점까지는 저희가 정확한 내용을 몰랐던 것 같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발표는 공식적 발표이고, 저는 그 발표를 신뢰한다”고만 답했다. 이어진 ‘인선 철회 가능성’ 등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당은 당내 반발에 대해 “찬반 양론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이 위원장 과거 발언에 대해서도 “자연인으로 있을 때의 개인적인 소신”이라고 봤다. 권 수석대변인은 오후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며 “공인으로서의 역할을 시작하면 그렇게 말할 수 있겠냐, 본인의 의사에 달린 문제지만 공인으로서 시작한다면 새롭게 입장 정리를 해보거나 이럴 수는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