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 백현지구 ‘백현마이스’ 공영도시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심사과정에서 예비 평가위원 명단이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진통이 예상된다. 사업 공모에 참여한 민간 사업자가 문제를 제기하고 정치권 역시 검찰 고발을 예고하면서 의혹은 결국 수사를 통해 결론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혹을 제기한 한화컨소시엄은 5일 “우선협상대상자 심사에 앞서 예비 평가위원 명단 유출 의심 정황이 파악돼 지난달 23일 성남시에 조사를 요청했으나 이후 우리에게 추가 확인 조사도 하지 않고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빠르면 이번 주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태 파악에 나선 성남시는 백현마이스 우선협상자 선정과 평가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며 해당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성남시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백현마이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일부에서 평가위원 사전 유출 등 공정성과 평가 절차에 의혹을 제기하자 신상진 시장이 즉각 감사실을 통해 사실 여부를 파악하도록 지시했고, 확인 결과 문제점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우선협상대상자는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 절차에 따라 최종 선정됐다”고 해명했다. 다만 시는 의혹을 제기하는 측이 수사 의뢰를 한다면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백현마이스' 우선협상대상자 심사를 앞두고 지난 달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토목 등 8개분야 평가위원 공개모집을 실시했고 모두 1210명이 응모했다. 이중 10배수에 해당하는 170명과 후보 85명을 더한 255명을 무작위로 뽑아 추후 확인 과정을 거쳤다.
이후 예비평가위원 후보권을 추리고 심사당일 예비후보군을 대상으로 추첨 최종 17인의 평가위원을 선정했다. 논란은 최종 평가위원 선정 이전에 불거졌다. 한화컨소시엄에서는 심의위원을 추리는 과정에서 심의위원이 사전유출 됐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사업자 선정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불거지자 성남시의회 여야 의원들도 일제히 수사 요구에 나서고 있다. 5일 더불어민주당은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백현마이스 평가위원 명단 유출 의혹’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이번 주 중으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덕수 국민의힘 시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예비평가위원 명단 유출 사실 여부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남 도시개발공사는 백현마이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심사를 열흘 정도 앞둔 지난달 8~12일 토목·교통·도시·건축 등 8개 분야 평가위원 17명을 공개 모집했다. 이 공모에는 모두 1210명이 응모했다. 이후 159명을 평가위원 예비 후보로 압축했고, 심사 당일인 25일 오전에 이들을 대상으로 추첨해 최종 17명을 평가위원을 선정한 뒤 같은 날 오후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을 추진할 민간 사업자 공모에 참여한 한화컨소시엄 측이 심사를 이틀 앞둔 지난달 23일 예비 평가위원 명단이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을 성남시에 제기했다. 특정 업체로부터 로비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7명의 예비평가위원 명단과 녹취록도 함께 제출했다.
시와 공사가 확인한 결과, 의혹이 제기된 7명 중 5명이 예비 후보군 159명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불공정 의심 정황이 드러났지만, 예비 후보군을 제외하지 않고 평가위원 전체 응모자 1210명을 대상으로 추첨해 최종 평가위원 17명을 선정하고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 결과 DL이앤씨가 참여하는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의혹을 제기한 한화컨소시엄은 이 사업을 수주하지 못했다.
한편 백현마이스사업은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번지 일원 백현지구에 전시 컨벤션센터와 복합업무시설(임대주택 포함), 오피스, 호텔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부지는 20만6350㎡ 규모로 서울 강남 코엑스 1.4배에 달한다. 착공은 2025년, 준공은 2030년 하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