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헝가리 국립무용단 공식 초청받아 'BE-MUT' 3부작 공연
5일 오후 서울 서초 무트댄스 연습실에서 김정아 예술감독을 만났다. 58명의 단원과 함께 창작무용팀 ‘무트댄스’를 이끌며 국내외 공연을 성사시킨 그는 밝게 웃으며 “몇 년 안에 사람들이 우리가 하는 무용에도 관심을 둘 것”이라고 했다.
무트댄스는 2019년 급작스럽게 고인이 된 이화여자대학교 한국무용 전공 김영희 교수가 25년간 꾸려온 무용팀 '김영희 무트댄스'를 계승한 단체다. 김정아 예술감독 등 김 교수의 제자들이 그해 사단법인화를 주도했다.
무트댄스(MUTDANCE)의 'MUT'는 뭍, 육지를 의미하며 독일어로는 용기를 의미한다. 대지를 밟고 서있는 모습으로부터 시작된 춤의 원형을 잊지 않고 새로움을 추구하면서 용기를 잃지 않는다는 뜻이다.
매년 1회 정기공연을 선보여온 무트댄스는 김 예술감독이 중심이 돼 직접 설계한 춤이 주 무기다. 이미 존재하는 전통무용을 매끄럽게 소화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창작 활동이 수반된다.
김 예술감독은 "부채춤이나 장고춤도 이전에는 창작무용였지만 지금 시대에 와서 보니 전통무용이 된 것"이라면서 '현재 추는 춤이 100년 뒤에는 또 하나의 전통이 될 수 있다'던 김 교수의 생전 가르침을 기렸다.
스승과의 급작스러운 이별 후 가장 필요했던 건 단원들의 연습실 마련이었다. 남겨진 ‘김영희 무트댄스’ 운영비를 기금 삼아 60여 평의 지하 공간에 ‘무트댄스 홀’을 마련했다. 춤추는 이들의 관절을 보호하기 위해 지면에서부터 일정 공간을 떨어트려 바닥을 설계하는 등 필수적인 공간 조성에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
그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단원을 아우를 수 있는 무용 공연의 장을 마련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김 예술감독은 사단법인화, 기부금지정단체 등 팀 기반 닦기에 전념하면서 20여 년간 몸담았던 서울예술고등학교 무용교사 생활을 그만뒀다고도 했다.
헌신에도 불구하고 무용에 대한 인식이 대중적이지 않은 점은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다. 그는 다만 “국립발레단 공연의 경우 몇 십만 원짜리 좌석도 매진되는 경우가 많다”고 최근의 변화를 짚으면서 “무트댄스 역시 일반관객을 많이 만나고 해외 공연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연 정기공연에서 이탈리아 현대무용단 GDO 소속 남성무용수들과 협연한 'BE-MUT'를 공개하는 등 해외와의 교류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달 헝가리 국립무용단의 정식 초청으로 제10회 국제연극올림픽 무대에서 창작무용 ‘비무트’(BE-MUT)를 선보이는 건 쾌거다. 김 예술감독이 이끄는 무트댄스 팀은 15~18일 헝가리 죄르 국립극장과 부다페스트 국립극장에서 '호흡II', '101%', '다른 시간 속에 나를 만다다' 등 3부작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김 예술감독은 “20명 단원의 항공료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헝가리 측에서 대는 공연”이라면서 “국공립 단체가 아님에도 이런 대접을 받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고 자부했다.
대중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국내 공연도 마련한다. 9월 중 서울 종로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정기 공연을, 10월 중 파주 운정행복센터에서 기획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 예술감독은 “무용수는 많은 관객이 쳐주는 박수를 원동력 삼아 다음 공연을 준비한다”면서 “사람들이 영화관을 아무렇지 않게 가듯 언젠가는 아무렇지 않게 무용을 보러 가는 시대가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무용을 자꾸 노출시킬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