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수해로 큰 피해를 입은 신림동 반지하주택 주민들의 시름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또다시 수마로 인한 피해가 반복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엘리뇨의 영향으로 올해 여름은 평년보다 더 많은 강수량이 예상되지만, 서울시가 내놓은 반지하 침수 대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11일 본지 취재 결과, 서울시는 반지하 침수 대책으로 전수조사 및 수해방지시설 설치, 반지하 주택 매입 사업, 월세 바우처 지급 등을 내놨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지상층 전세 계약 시 연 2% 저리에 최대 1억3000만 원의 보증금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가 각종 반지하 침수 대책을 내놨지만 수차례 지적된 바와 같이 실효성과 관련 사업 속도에는 물음표가 그려진다.
먼저 SH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반지하 주택 매입 사업’은 침수 우려가 있는 반지하 주택을 매입한 뒤 해당 주택을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반지하 매입 사업의 성적표는 허탈한 수준이다. 올해 3450가구 매입을 목표로 했지만 목표치의 2.8%에 불과한 98가구만 매입을 완료했다. 지난해 사업 결과를 살펴봐도 목표치 1000가구 중 72가구를 매입한 것에 그쳤다.
여기에 LH의 ‘전세지원 제도’도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상 층 전세 계약 시 연 2% 저리에 최대 1억3000만 원의 보증금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이 정책은 전세금 지원을 통해 반지하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인 사람들의 이주를 돕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서울은 물론 수도권 전세 보증금과 비교해도 지원 금액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세지원액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택 바우처 지급 제도’ 역시 외면받고 있다. 주택 바우처는 반지하 거주 가구가 지상층 주택으로 이주할 경우 월 최대 20만 원의 월세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이마저도 최대 2년이면 지원이 종료되는 탓에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지원 제도를 이용한 가구는 침수 우려 주택에 사는 2만8000여 가구 중 970여 가구에 그친다.
단기 대책으로 내놓은 차수막 등 ‘침수방지시설’ 보급률도 낮은 상황이다. SH는 SH가 매입한 주택에, 나머지는 관할 구청이 침수방지시설 지원을 따로 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SH가 지원하는 대상은 200가구다. 관할 구청이 지원하는 침수방지시설 보급률 또한 20% 수준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반지하 주택 매입 사업은 현재 597가구 물량이 계약 진행 중으로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침수방지시설 보급률 역시 꾸준히 늘려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반지하 침수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예산 확대와 전세지원금 현실화를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대책 내용을 살펴봤을 때 지난 1년 동안 진전된 게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매입임대주택 등은 기존에 있었던 정책이고 주거 이전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은 안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지하 거주 가구의 지상 이주를 지원하기 위한 공공임대주택 지원 예산을 자체적으로 늘리거나 LH 전세지원금을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