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션 대표의 사업확장 청사진
미래형 모빌리티사업 기업과 맞손
한 해 1건씩 굵직한 M&A 성공
1분기 매출총익 지난해보다 7.5%↑
이노션이 최근 가장 많이 강조하는 단어가 ‘발견(Discover)’이다. 고객사는 물론 사내 임직원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몰랐던 저 너머에 존재하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는 사이, 이노션은 광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전형적 B2B 기업의 특성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국내 종합 광고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IP(지식재산권) 캐릭터를 선보이는 등 외연 확장에 나선 것. 이를 통해 광고 소비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B2C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노션의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주인공은 이용우 대표다. 코로나19가 창궐했던 그해 8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서 40년 가까이 경력을 쌓았던 그가 이노션으로 왔다.
이를 시작으로 해마다 1건의 굵직한 인수·합병을 성공시키는 등 광고회사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세계적 부동산 개발사인 '시암 피왓 그룹'과 신규 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동남아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외 브랜드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신규 사업 창출을 돕는, 이른바 ‘플랫폼 제공자’ 역할까지 맡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와 이노션과의 인연은 약 10년 전인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모비스 미국 지사장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던 그는 오랜 미국 경험을 살려 이노션 미주지역본부 설립 과정에 참여했다.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던 그는 초대 이노션 미국지사장을 지냈다.
미국시장에 이노션이라는 이름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그는 마침내 그룹의 주축인 현대자동차로 자리를 옮긴다. 이때부터 현대차 아중동사업부장→해외판매사업부장→브라질법인장 등을 거쳤다. 사실상 성공이 보장된 내수시장보다 경쟁이 치열했던 해외시장에서 젊음을 보냈다.
그가 본격적으로 그룹 내에서 입지를 확대한 계기는 제네시스사업부장을 맡으면서부터다.
2015년, 정의선 회장의 주도 아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출범했다. 현대차 라인업에서 일부 모델을 뽑아와 고급스럽게 치장하는 게 아닌, 현대차 라인업과 전혀 다른 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서 출발했다. 일본 토요타마저 △알테자와 △윈덤 등을 바탕으로 △렉서스 IS와 △ES를 만들던 때였다.
이 대표는 제네시스사업부장을 맡으며 본격적인 브랜드 영토확장을 주도했다. 그렇게 제네시스가 SUV와 스포츠 세단, 플래그십 세단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브랜드의 첫 고급 SUV인 GV80의 론칭도 이용우 사업부장(당시 부사장)의 손에서 이뤄졌다.
2020년 8월 이노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새로운 임무도 주어졌다. 광고 마케팅에 국한돼 있던 회사의 영역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숙제였다.
이노션은 이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 기업 '포티투닷'과 손잡았다. 회사의 ‘디지털 전환’의 전략 가운데 하나로 모빌리티서비스에 첫발을 내디딘 때다.
미래형 모빌리티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신규 플랫폼 운영, 자율주행 기술 적용 환경 분석, 콘텐츠 기획 및 개발, 서비스 브랜딩 구축, 사용자 데이터 활용 비즈니스 창출 등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노션은 자동차 광고 마케팅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 공간·문화·디지털·라이선싱 등 광범위한 영역을 넘나드는 콘텐츠 마케팅과 빅데이터 분석역량을 바탕으로 포티투닷과 협업을 지속해 앞으로 다가올 자율주행시대에 선보일 모빌리티서비스 생태계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을 공언했다.
이 대표는 포티투닷과의 업무협약을 맺으며 "광고회사의 고유 역량인 크리에이티브와 혁신적인 미래 모빌리티 기술의 만남은 새로운 영역의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등 무궁한 시너지 효과를 발현할 것”이라며 ”이노션과 포티투닷이 자율주행 서비스 활성화에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사업 확대 의지를 내비쳤다.
이노션의 올해 1분기 매출총이익은 지난해보다 7.5% 성장했다. 광고 시장 전반이 크게 위축됐음에도 이노션은 주요 광고주의 △신차 캠페인 △오프라인 모터쇼 개최 등에 따라 물량이 증가했다.
다만 매출 증가 속에서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3.5% 줄었다.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비계열 전담 조직을 키웠고, 앞서 언급한 디지털 사업 관련 인력 충원에 따른 인건비가 전년 대비 11.3% 증가한 탓이다.
이와 달리 올 하반기부터는 뚜렷한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광고 시장의 전통적인 성수기인 4분기 실적이 예년 수준을 크게 웃돌 것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의 사상 최대 호실적의 효과가 한발 늦게 이노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데도 새로운 투자와 M&A는 멈추지 않는다. "매년 1건 이상의 M&A"라는 전략에 따라 △소셜 마케팅을 비롯해 △UX·UI(사용자 경험) △데이터 분석 △미디어렙 등 디지털 역량을 이노션 스스로 해내는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