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의 연체채권 관리·감독을 위한 긴급 현장 점검에 착수한다. 금융당국이 연체율 관리를 위해 업권 전반에 걸친 현장 점검을 실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연체율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다음 주 중반부터 저축은행과 카드사, 캐피탈, 상호금융업 등 제2금융권 주요 회사에 감독·검사 인력을 파견해 연체채권 관리 상황을 들여다 볼 방침이다.
점검 대상은 대출 규모와 연체율 수준 등을 감안해 저축은행 8곳, 카드사 4곳, 캐피탈사 6곳 등 총 18곳이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상황에 따라 대상은 확대될 수 있다.
신협과 농ㆍ수협,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권 단위 조합들도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인력 한계 등을 감안해 각 상호금융중앙회와 협력해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금감원의 이번 현장점검은 2분기 연체율 관리를 위해 이달 중 부실채권 정리를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금융회사는 통상 자산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분기 말이나 연말에 부실채권을 매각하거나 회계에서 상각 처리해 정리한다.
매각은 금융회사가 보유하던 부실 채권을 유동화회사 등에 팔아 채권자 권리를 양도한 형태를, 상각은 채무자의 상환 능력이 없거나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 손실 처리하는 형태를 말한다. 두 경우 모두 해당 채권이 연체에서 빠지기 때문에 연체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제2금융권 연체율은 최근 수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특히 제2금융권은 은행권 대비 규제 수준이 느슨하고 취약 차주 비중이 커 금융 부실의 '약한 고리'로 지적돼왔다.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상호금융권 총연체 및 연체율 추이에 따르면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의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2.42%로 나타났다. 최근 5~6년간 1%대를 유지해왔던 연체율이 2%대로 진입했다. 전체 연체채권 규모는 12조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마저도 최근 논란이 된 새마을금고는 빠진 수치다. 1분기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다른 상호금융권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업계의 1분기 연체율은 5.1%로, 2016년 말(5.83%) 이후 처음으로 5%대를 넘었다.
카드사 연체율도 심상치 않다. 올해 1분기 카드 대금, 할부금, 리볼빙, 카드론, 신용대출 등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을 뜻하는 카드사의 연체율은 대부분 1%를 넘겼다.
회사별로는 신한카드(1.37%), 삼성카드(1.10%), KB국민카드(1.19%), 롯데카드(1.49%), 우리카드(1.35%), 하나카드(1.14%) 등이다.
신한카드의 경우 2019년 3분기(1.40%) 이후 연체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KB국민카드는 2020년 1분기(1.24%) 이후, 삼성카드는 2020년 2분기(1.2%) 이후 연체율이 가장 높다.
한편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 자산건전성 악화 우려가 계속되자 연체율 현장점검뿐 아니라 신규 연체 억제 강화 및 부실채권 매각 통로 확대 등 전방위 관리에 나서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제2금융권 부실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이외에 민간 유동화전문회사에도 유연하게 매각할 수 있도록 관련 협약을 개정하기로 했다. 또한 새마을금고와 신협의 자산건전성 제고를 위해 보유 자산의 유동화 매각을 가능하게 하는 '자산유동화법 시행령' 개정도 살펴보고 있다.
신규 연체 발생 억제를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 협약이 10년 만에 확대·개편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