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수출 한파, 산업별 전망’ 세미나 개최
전기차 성장세…中기업 공세는 우려 요인
전 세계적인 수출 한파 및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로 인해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수출 증가세가 크게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한국 경제 덮친 수출 한파, 산업별 전망은?’이라는 주제로 ‘2023년 하반기 산업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반기 대내외 여건을 점검하고 주요 수출 산업별 전망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세미나는 홍성욱 산업연구원 실장이 ‘2023년 하반기 대내외 거시 및 수출 여건’에 대한 주제발표를 맡았다. 이후 송준호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이차전지), 김준성 메리츠증권 수석연구원(자동차·자동차 부품),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반도체·전기전자),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기계·조선), 추지미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철강),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석유화학·석유제품) 등 업종별 전문가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배상근 전경련 전무는 개회사에서 “수출 한파의 영향으로 1분기 경제성장률이 1%에도 못 미치고, 상위 기업들의 실적도 크게 악화됐다”며 “수출을 둘러싼 대외여건도 당분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한국은행 등 국내외 기관에서도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조정하고 있어 ‘상저하저(上低下低)’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를 포함한 주력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연속 뒷걸음치고 있다.
첫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홍 실장은 “선진국들의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금융부문 불확실성 확대, 러-우 전쟁 및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제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하반기 수출은 상반기보다 감소율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며, 비교적 견조한 민간소비(연간 전망치 2.7%)를 고려해도 올해 경제성장률은 1.4%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성장률이 현실화할 경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이후 코로나19 위기를 겪은 2020년(-0.7%)의 역성장에 이어 가장 낮은 기록이 될 전망이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가 하반기에도 수출 감소율이 두 자릿수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차전지와 자동차, 조선·방산은 높은 점유율과 글로벌 수요를 바탕으로 호조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철강 및 석유화학 업종은 본격적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업종별 판세는 6개 업종 중 절반은 부진 또는 혼조세, 나머지 절반은 호조인 ‘1약(弱) 2중(中) 3강(强)’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은 2021년 이후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23.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신산업이다. 현재 한국은 자국기업 제품으로 수요 대부분을 충당하는 중국을 제외할 경우 세계시장 점유율이 53.4%에 이를 정도로 선방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재편, EU의 이차전지 관련 환경기준 강화, 중국의 글로벌 시장 진출 본격화 등으로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리튬·니켈 등 핵심광물의 공급망 다변화 △배터리 여권제도 도입 등 지속가능한 순환체계 구축 △기존 상용전지(삼원계전지) 및 차세대 전지의 초격차 확보 등 대응이 필요하다.
전기차(BEV)가 부상하면서 산업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테슬라(미국), BYD(중국) 등 신생업체가 성장하고 있지만, 유럽·일본 등의 전통적인 기업은 점유율이 2020년 70%대에서 현재 55%로 감소했다. 당분간 글로벌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우리 기업들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격 경쟁력을 지닌 중국 기업의 공세, 테슬라 등과의 스마트카 기술 격차 확대에는 대비가 필요하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상반기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 수출이 지난해보다 각각 30% 넘게 감소하는 등 타격을 입었다. 하반기에는 글로벌 데이터 센터 기업의 설비 교체, AI 수요 확대 등으로 상반기보다는 여건이 양호하겠지만 반도체(-12.8%), 정보통신기기(-13.6%) 등 여전히 수출 감소율이 두 자릿수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글로벌 철강시장은 중국의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미국, EU 등 선진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약세를 보였다. 연간 글로벌 철강 수요는 인도, 아세안 등 신흥국들의 인프라 투자 수요, 튀르키예 및 우크라이나의 지진·전쟁 복구 수요에 힘입어 2.3%의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철강 수요는 자동차, 조선 등 수요산업이 개선되면서 다소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고, 수출도 신흥국 및 복구 수요의 견인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은 신조선가 상승, CO₂ 규제에 따른 노후선박 교체 사이클 진입 등으로 향후 호황이 진행될 예정이다. 방위산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국방비 증액 등의 수주 환경과 K-방산에 대한 해외 신뢰도 등으로 아랍에미리트(UAE), 폴란드 등의 사례와 같은 대규모 수출 계약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년간 삼중고를 겪었던 석유화학 업종은 올해 에너지 가격 안정화와 중국의 완만한 경기 부양 의지에 힘입어 업황이 회복의 가시권에 접어들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중국 중심의 증설 지속 등 공급 불확실성이 존재해 중장기 전망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성장을 위해서는 탄탄한 내수와 글로벌 생산기지로의 역할을 기반으로 수요가 가파르게 성장 중인 인도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