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도표 높인 연준, 셈법 복잡해진 한은

입력 2023-06-1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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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차, 2%포인트 이상 벌어질 우려
경기 및 금융리스크는 추가 금리인상 어렵게 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미국이 작년 3월부터 이어온 10차례 연속 정책금리 인상을 멈췄지만, 연내 2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 질 전망이다. 한은은 최근 3연속 금리 동결로 연 3.5%를 유지하고 있다.

15일 한은에 따르면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1.75%p가 유지됐다. 한은은 올해 1월 기준금리를 연 3.5%로 인상한 후, 2월과 4월, 5월 금통위에서 세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이미 1.75%p의 금리차는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인데, 연준이 점도표대로 정책금리를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상황에서 한은으로서도 고민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다만 한은은 금리차가 환율을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여러 차례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강조했고,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선 "환율을 결정하는 것이 '금리 격차'라는 프레임(틀)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한미 금리차가 최대로 벌어진 상황에서도 이번달 들어 원ㆍ달러은 1200원대에서 안정세를 찾고 있다.

문제는 연준이 점도표대로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다. 다음달 13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같은달 말 연준이 한차례 더 금리를 인상하면 금리 격차는 2%p로 높아진다.

한은이 금통위원들이 전망한 연말 최종 금리 수준인 연 3.75%로 금리를 한차례 더 올리더라도, 연준이 점도표대로 두차례 인상한다면 2%p 격차가 유지된다.

한 금통위원은 5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현재 역대 최고 수준인 한미 기준금리차가 환율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외환시장에서의 환율 움직임을 주시하고 환율 변동성이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 역시 이날 개최한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연준은 이번 FOMC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했으나 연말 정책금리 전망 점도표 상향,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 등을 통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부인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 및 금융리스크 등을 생각하면 한은이 추가 인상을 쉽게 결정할 수도 없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민간 소비 덕에 가까스로 두 분기 연속 역성장을 피했고, 통관기준 무역수지도 지난해 3월 이후 올해 5월(-21억 달러)까지 15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한은도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기대보다 약하고, 반도체 경기 회복도 예상보다 더디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0.2%p나 낮춘 바 있다.

특히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부동산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부실 등이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터지면서 전체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이승헌 부총재는 "향후 발표되는 주요 경제지표 등에 따라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변화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관련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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