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기저효과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크게 둔화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속도 더뎌… 상방리스크도 커
한국은행은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저효과 영향으로 올해 중반까지 2%대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다만 연말쯤엔 다시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관측했다.
한은은 19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2019년부터 매년 두 차례(6월, 12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올해 상반기 중 뚜렷한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올해 1~5월 기준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4.2%로 지난해 하반기(5.6%)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특히 연초 5.2%에서 5월 중 3.3%로 빠르게 둔화했다. 그러나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여전히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당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기준, 이하 동일) 상승률도 지난해 말 이후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둔화 속도는 상당히 더딘 편이다. 근원물가의 올해 상반기 중 상승률(4.0%)은 지난해 하반기(4.1%)보다 소폭 낮아지는 데 그쳤다. 1월 중 4.1%에서 5월 중 3.9%로 더디게 둔화하면서 4월 이후에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상회하고 있다.
최근 물가 여건을 보면, 수입물가는 상반기 중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등락했으나 원유,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낮아졌다. 농축산물 가격은 기상여건 개선으로 작년 하반기에 비해 안정을 찾았다. 정부정책 측면에서는 유류세 인하폭 축소, 전기·도시가스요금 인상 등이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상반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뚜렷하게 둔화한 건 석유류 가격 기여도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크게 축소된 데 따른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석유류 제외 공업제품과 서비스물가는 경직적인 흐름을 이어갔으며 전기·가스·수도요금은 오름폭이 확대됐다.
향후 물가 여건을 살펴보면, 국제유가는 하반기 이후 중국경제 회복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 계절적 수요 등으로 완만한 상승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주요국 경기 부진 지속, 통화긴축 강화 우려 등이 하방리스크로 잠재해 있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수요측면에서는 서비스 소비가 하반기 중에도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임금 오름세는 점차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면서비스 부문이 여행객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예상보다 크게 개선되고,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의 근원물가 전가가 지속된다면 근원물가에 대한 상방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우려했다.
정부정책 측면에서는 하반기 대중교통요금 인상,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조치 종료 등이 물가상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류세 인하폭이 축소되거나 전기·도시가스요금이 추가 인상될 경우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올해 중반까지 뚜렷한 둔화흐름이 이어지면서 2%대로 낮아질 것"이라며 "당분간 근원물가 상승률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중반 이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져 등락하다가 연말 경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물가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인상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근원물가의 경우 전망의 상방리스크가 다소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또 "양호한 소비 및 고용 흐름이 이어질 경우 누적된 비용인상압력의 근원물가 파급영향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